288g 국내 가장 작은 아기 '건우'..1% 생존율 이겨냈다!

국내 첫 200g대 초미숙아 큰 합병증 없이 잘 자라 퇴원

288g으로 태어난 건우가 153일의 사투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체중 288g. 손바닥 한 폭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아기가 지난 4월 4일 서울아산병원 6층 분만장에서 세상에 첫 숨을 내뱉던 순간, 153일 동안의 기적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작은 손발을 꿈틀거리는 아기에게 의료팀은 건강하고 팔팔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288g을 거꾸로 해서 ‘팔팔이(882)’라고 불러줬다.

출생 직후 스스로 숨 쉴 수조차 없던 ‘팔팔이’는 거짓말처럼 소생해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심장이 멎는 절체절명의 순간마저 무사히 극복해 희망에 확신을 얹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팔팔이’를 위해 엄마는 ‘가장 좋은 약’인 모유를 전달하고자 경남 함안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서울로 오는 차안에서 모유 유축을 하며 다섯 달 동안 1만4천km를 달렸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가 1%도 안 되는 생존 확률에 도전한 결과는 ‘기적’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 · 김애란 · 이병섭 · 정의석 교수)은 24주 6일 만에 체중 288g, 키 23.5cm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5개월/남) 아기가 153일 동안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지난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발표했다.

400g 이하 체중의 초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0g대로 태어난 건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건우는 결혼 6년 만에 선물처럼 찾아온 첫아기였다. ‘엄마 키 174cm, 아빠 키 191cm인 장신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는 얼마나 클까?’ 많은 이들의 기대와 축복 속에 건강히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임신 17주 차 검진에서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이 심해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월 말 경남 함안에서부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산부인과 정진훈 교수는 태아의 크기가 원래의 임신 주수보다 5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태아가 버텨주는 한 주수를 최대한 늘려보기로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건우 엄마는 곧바로 고위험산모 집중관찰실로 입원한 후 태아 폐 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와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황산마그네슘을 투여받았다. 태아 상태를 24시간 자세히 관찰하던 도중 심박동수 감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태아가 위험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응급 제왕절개로 건우를 출산했다.

예정일보다 15주 정도 앞선 24주 6일 만에 세상에 나온 건우는 폐포가 아직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곧바로 기관지 내로 폐 표면활성제를 투여받은 건우는 다행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신생아팀의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주치의인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를 비롯한 의료팀은 24시간 건우 곁을 지켰다. 전공의와 전임의, 간호사를 비롯해 미숙아 골절 예방을 위해 맞춤 정맥주사를 조제해준 약사, 건우가 먹을 모유를 안전하게 매번 멸균 처리해준 간호사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을 모았다.

미숙아에게 흔한 장염이 생겨 일주일 정도는 금식하며 정맥관으로 조심스럽게 영양분을 공급한 시기도 있었는데 극복해냈다. 태어난 지 한 달 되던 날, 잘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위기의 순간에도 긴급 소생술을 받으며 잘 버텨줬다.

건우 부모의 헌신도 건우에게 큰 힘이 됐다. 건우에게 모유를 전달하기 위해 다섯 달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km 이상 최대 10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갔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건우는 생후 80일쯤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호흡이 가능해졌으며 체중도 288g에서 1kg을 돌파했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생후 5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체중이 2kg을 넘어섰다.

건우 엄마 이서은 씨(38세)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와 신생아팀 의료팀 덕분에 건강한 건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건우 주치의인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건우는 신생아팀 의료팀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아이였는데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런 건우가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kg 미만 미숙아 수는 약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우, 이젠 집으로 가요!"(https://youtu.be/EghY4rrNHA4)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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