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원성진은 동갑내기인 최철한보다 한 해 늦게, 박영훈보다 한 해 빠르게 프로 세계에 들어왔다. 8년 뒤 여덟 살 아래 박정환이 열세 살에 프로가 됐다. 이 프로 막내는 남자 후배를 맞이하기까지 거의 4년을 기다려야 했다. 스물두 살 원성진은 프로 9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9단에 올랐다. 프로 3년생 박정환은 전국대회 2관왕을 따고 이듬해인 2010년 1월엔 한국 8위에 들고 12월엔 9단에 오르며 원성진을 앞질렀다. 둘이 겨룬 성적을 보면 2010년까지 한 판씩 이겼다 졌다 하며 박정환이 4승3패로 앞섰다. 2011년 원성진이 2연승을 해 5승4패로 뒤집었다. 이 한때였다. 이 뒤로 박정환 혼자 6승을 더했다. '붙이면 젖혀라'라는 기본 행마법은 고수 세계에서는 법이 아니다. 마땅치 않으면 손 따라 두지 않는다.
흑39로 붙일 때는 <그림1>처럼 아래쪽 모양이 모두 집이 되는 걸 바랐다. 백은 철저히 외면한다. 아래쪽을 흑집으로 보지 않는 백은 먼저 54로 자리를 잡았다. 인공지능 카타고가 알려준 수에 <그림2> 백1이 있는데 멋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