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좋은 정책은 디테일에 있다

오유신 기자 2021. 9.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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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떤 일이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고자 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지난달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한 온라인 정책토론회에서는 비난이 끊이지 않아 댓글창이 차단됐다.

소통하는 자세는 정책의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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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떤 일이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고자 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무언가를 철저하게 잘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이 숨어있는 세부사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교육당국에 이런 디테일이 부족한 모양새다. 혁신의 이름으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교육 정책이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노후한 학교 건물 2835동을 개선해 1400여개 학교를 미래형 학교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대 혁신(공간·스마트교실·그린학교·학교공동체)에 기반한 ‘교육 대전환’이라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이 사업을 위해서는 ‘학생 전출’과 ‘모듈러 교실’ 사용 등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학생 전출의 경우 코로나 탓에 과밀학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학교 현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새 학교로의 등하교 불편함과 적응 등 학부모의 우려도 크다. 모듈러 교실 역시 공장 조립형 가건물 형태로 초등 1, 2학년 아이들이 쓰기에도 크기가 작고, 환기도 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에만 57개교가 선정됐는데, 이 가운데 6개 학교가 이 사업을 철회한 데 이어 추가로 5곳이 반대에 나섰다. 시작도 하기 전에 11개 학교가 거부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정문과 일부 학교에는 항의 표시의 근조화환이 늘어서기도 했다.

또 지난달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한 온라인 정책토론회에서는 비난이 끊이지 않아 댓글창이 차단됐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조 교육감이 서울에서 유일하게 모듈러 교실이 설치된 한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조 교육감은 지난 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학부모들의 반대는 상상도 못했다”며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리고 학교별로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교육부는 같은 날 모듈러 교실을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하면서 “공사 기간에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임시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교육부 블로그에서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두고 교육부와 학부모 사이의 인식차는 분명하다. 공사 소음, 진동, 먼지 등을 모듈러 교실 한 켠에서 자녀들이 감당해야 한다면 이를 반기는 부모는 없다. 안전성이나 불편함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좋은 정책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태도는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한다. 소통하는 자세는 정책의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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