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을 거부한다.. 다시 살아나는 공간들

장재선 기자 2021. 9. 6. 10: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 홍천 탄약정비공장 전시장에 설치된 조병철 작가의 ‘웨이브 와인 바틀’. 앞엔 20년간 가동되지 않았던 컨베이어벨트를 되살려 만든 이소영 작가의 ‘무한한 문장’ 일부가 보인다.
위 사진은 홍천 와동분교. 폐교지인 이곳에 남아 있는 이승복, 이순신 동상 사이에 설치예술 작품이 자리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래는 차기율 작가가 발굴 프로젝트 ‘삶의 고고학/와동로 275번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이달말 강원트리엔날레 개막… 준비 현장 가보니

38개국 101개팀 작품 선보여

폐공장 등 3곳 유휴공간 부활

‘따뜻한 재생’ 주제로 준비 한창

예술통한 기술·일상 부활 지향

차기율作 과거 발굴 프로젝트

폐교 땅 팠더니 단종된 빵봉지

비닐하우스 식물 자체가 작품

예술-비예술 장벽 넘는 새경지

홍천 = 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축제 개막 한 달 전, 작가와 스태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상에 예술을 스미게 함으로써 새롭고 흥미로운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열정이 물씬 느껴졌다. 지난달 31일 찾은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 현장 이야기다

강원트리엔날레는 평창동계올림픽 레거시(Legacy·유산) 사업으로 출발한 국제시각예술제의 하나다. 국제예술제는 3년간 순회형으로 진행하는데, 첫 번째 개최지인 홍천에서 2019년 강원 작가전, 2020년 강원 키즈 트리엔날레를 펼쳤다.

올해 3차 연도 완결판으로 제1회 강원트리엔날레를 오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연다. 38개국 작가 101개팀이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홍천군과 함께 축제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의 김필국 대표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문화 재생을 하는 사업”이라며 “지역민과 관광객이 휴식을 취하며 예술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이번 트리엔날레는 유휴공간을 재생한 3곳, 즉 탄약정비공장과 와동분교, 홍천미술관에서 열린다. 군사시설이던 탄약정비공장은 20년간 폐쇄돼 있었고, 초등학교였던 와동분교는 6년 전 폐교했다. 홍천미술관은 옛 상하수사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김성호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 주제를 ‘따스한 재생(Warm revitalization)’으로 삼았다”며 “예술을 통해 ‘기술, 생태, 일상, 지역’의 재생을 꿈꾼다”고 했다. ‘에코- 테크 아트’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우리 시대 생태와 기술에 대한 비평적 담론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제1 전시장인 탄약정비공장은 기술 재생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이소영 작가의 ‘무한한 문장’은 20년간 잠자고 있었던 공장 컨베이어벨트를 다시 움직여 만든 키네틱 아트(kinetic art)다. 벨트 겉에 전서체(篆書體) 문자를 새겼다. 재생한 기계에 옛 문자를 결합한 시도가 흥미로웠다. 조병철 작가의 ‘웨이브 와인 바틀(Wave wine bottles)’은 다양한 와인병과 기계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갈등과 조화를 표현했다. 이지연 작가는 도자기처럼 구운 연탄 폐기물에 이끼를 심고 물을 주는 장치를 만든 후 그것이 원형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기술과 자연 안에서 순환하는 삶을 은유했다.

탄약정비공장의 야외에도 다양한 조각, 설치 작품들이 있다. 기존 전시에서 화제가 됐던 임옥상 작가의 ‘평화의 나무’는 코스모스 등 새로운 제재들을 추가해 선보일 예정이다.

제 2전시장 와동분교는 ‘생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운동장 한편에 연못을 만들고 그 옆에 ‘건축형 카페 퍼빌리언’을 설치한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정태규 작가는 “폐파이프를 활용해 만들고 있는데, 세상에서 쓸모없다고 자탄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폐교지인 이곳엔 이순신, 이승복 동상이 남아 있는데, 동상들 사이에 이창희 작가의 ‘걸어가다’와 변경수 작가의 ‘달콤한 뚱땡이’가 배치돼 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려는 목적이다.

교실에서 만난 박종갑 작가의 ‘생명의 숲, 경계에 서다’는 회화와 설치 작품이 함께 존재하며 미래의 환경에 대한 사유를 전한다. 차기율 작가의 ‘삶의 고고학/와동로 275번지’는 과거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발굴 프로젝트다. 차 작가는 “1990년대 건물의 지표면을 실제 발굴하고 있는데, 지금은 단종된 샤니빵, 88담배 포장지 등이 나왔다”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찰해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운동장 옆 야외 공간의 비닐하우스에선 네잎클로버, 야생화, 옥수수 등 작물과 관련한 ‘에코-아트’를 만날 수 있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각종 식물이 자라는 모습 자체가 작품의 일환이다. “이것이 예술이라고?”라는 의문을 관객들에게 주며, 예술과 비예술의 장벽을 넘는 현대미술의 새 경지를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신지희 강원국제예술제 운영실장은 “3전시장인 홍천미술관은 지역민의 생활 유물 등에 관한 아카이브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축제는 홍천중앙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펼치는 퍼포먼스, 공연 등도 포함한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