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수탈에 부서진 어부의 꿈..사실주의 대표연극 '만선'

임동근 2021. 9. 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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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의 무대에 반쯤 기울어진 양철집이 위태롭게 서 있다.

대대로 물고기를 잡아 온 곰치의 집이다.

작품은 어부의 일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만선을 꿈꾸는 곰치와 그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는 가난한 어촌 마을과 위태로운 곰치의 집을 경사진 무대에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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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명동예술극장서 19일까지
연극 '만선' 공연 장면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급경사의 무대에 반쯤 기울어진 양철집이 위태롭게 서 있다. 대대로 물고기를 잡아 온 곰치의 집이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바다에서 죽고, 아들 셋도 바다에서 잃었지만, 뱃일을 고집하며 만선의 꿈을 접지 못한다.

어느 날 부서(보구치) 떼를 가득 싣고 돌아온 곰치. 하지만 잡은 물고기는 모두 선주 임제순에게 넘어가고, 급기야 선주는 남은 빚을 갚지 않으면 배를 내어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임제순과 함께 온 또 다른 선주 범쇠는 곰치의 딸 슬슬이를 자기에게 주면 빚을 갚아주겠다고 제안한다.

고기잡이에 마음이 급한 곰치는 임제순와 불공정 계약을 맺고, 아들 도삼, 딸의 연인 연철과 함께 바다로 나간다. 그러나 만선을 향한 꿈은 폭풍우 치는 거친 바다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만선'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곰치 일가를 중심으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1964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이다.

연극 '만선' 공연 장면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일 공연에서는 남해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만선이 아니면 노를 잡지 말라'는 조부의 가르침대로 만선에 집착하는 곰치와 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작품은 어부의 일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만선을 꿈꾸는 곰치와 그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한 곰치는 배를 빌려 출어하는데, 높은 배 임대료와 고리대 때문에 빚은 계속 늘어가고,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극은 곰치 가족의 비극이 자본을 앞세운 선주의 경제적 수탈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재찬 연출은 이날 공연 후 진행된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한(恨)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보여주면서도 가진 자들로 인해 겪는 가난한 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곰치의 아내 구포댁은 자식 셋에 이어 넷째 아들 도삼마저 잃고 슬픔과 비탄에 빠진다. 실성한 구포댁은 도삼의 죽음 이후 마지막 남은 갓 난 아들을 뭍으로 보낸다며 폭풍우 속에서 배에 띄워 보낸다.

구포댁을 연기한 배우 정경순은 "이 여자는 한을 품고 있지만, 무의식 속에는 뭍으로 가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거다. 그래서 실성한 거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구포댁이) 희망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슬펐다"고 말했다.

곰치 역의 김명수는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만선은 곧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허망이나 상실이 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연극 '만선' 공연 장면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는 가난한 어촌 마을과 위태로운 곰치의 집을 경사진 무대에 구현했다. 무대에서는 실제 폭우가 쏟아지고, 커다란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다.

심재찬 연출은 "배가 난파되기 직전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했다. 무대에는 곰치 일가의 어려운 삶이나 환경이 표현돼 있다. 환경이 사람을 정상적으로 서 있지 못하게끔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오는 19일까지 공연.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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