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도 모자라 상표 도둑질까지.. 대륙의 민낯

연희진 기자 2021. 9. 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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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中 짝퉁에 반격 나선 K-푸드②] 中 악질 상표 도용에 한국기업 연간 피해만 3500건

[편집자주]2020년 말 기준 중국에서 상표 도용 피해를 당한 한국기업은 2753곳. 이미 국내·외에서 선보인 한국 브랜드를 도둑질하듯 자국에서 상표로 우선 등록, 중국 진출에 나서는 한국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뜯어내거나 사업을 망치는 중국업자들이 판쳐왔다. 오랜 기간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채 뒷짐만 졌다. 이 같은 중국 내 불공정 관행은 2019년 현지 상표법이 개정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중국은 상표법 중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타인의 상표를 대량으로 등록하는 경우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상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44조를 개정했다.

중국의 상표 도용으로 피해를 본 한국 기업./그래픽=김은옥 기자
‘짝퉁 천국’ 중국에선 위조품만 만들지 않는다. 아예 상표권을 도용해 마치 자체 브랜드인 것처럼 운영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한국기업 상표를 도용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영석 의원(국민의힘·경남 양산갑)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자사 상표가 도용된 한국 피해기업은 2753곳이다. 797곳이었던 2019년보다 245%나 급증했다.

기업이 피해를 본 상표 도용 사례도 지난해 총 3457건에 달했다. 이는 2019년 대비 133% 늘어난 것으로 2016년에 비해선 546% 증가한 수치다. 2016년 이래 피해 기업은 총 5275곳, 상표 도용 사례는 총 8121건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베껴간 ‘육전식당’



육전식당 내부./사진=육전식당 홈페이지
그나마 최근 중국 상표권 무단 도용 사례에 대해 승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겹살 브랜드 중 하나인 ‘육전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중국 항저우에서 운영하던 ‘짝퉁’ 육전식당과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김씨는 브랜드 운영 중 중국을 여행하던 교민들이 항저우에 육전식당과 똑같은 식당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상표와 메뉴, 반찬 등 어느 것 하나 다를 게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육전식당 3호점에서 일했던 중국인 유학생이 차린 곳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등 육전식당의 노하우를 베껴 똑같은 가게를 낸 것이다. 한글·한자 상표권도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했다.

이를 담당한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해당 과정에 명확한 부정경쟁 의도가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의 반부정당경쟁법에 의한 민사소송 등을 진행했고 최종 승소해 기존 출원된 상표권을 모두 무효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엔 ‘상표 브로커’가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중국에서 상표 도용 사례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상표 브로커’ 때문이다. 상표 브로커는 다른 업체의 인지도 높은 상표나 신규상표를 먼저 출원, 등록해 원 권리자 또는 제3자에게 되판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자국 내 심사의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상표 출원 시 상품과 서비스업 간의 동종성, 유사성을 심사한다. 상품과 서비스업 간에 유사성이 인정되는 상표 출원은 거절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상품과 서비스업 간의 동종성을 심사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요식업 등’ 분야에 상표를 등록했더라도 상표 브로커가 ‘닭고기, 가공된 닭고기 등’에 같은 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 요식업 등의 서비스업과 닭고기 등의 판매 상품의 분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측은 중국의 경우 요식업 등 서비스업을 지정한 상표출원과 함께 판매 상품을 지정한 상표출원을 별도로 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로커 약점 파고들면 이긴다



최근 한국기업들의 상표권 관련 승소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이 상표 브로커임을 입증해 승소의 결과를 이끌어 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중국 상표당국은 2017년 1월 상표 브로커에 대한 심사 기준을 정비했다. ‘출원인이 대량의 상표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후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상표매입을 권유하거나 양도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 등은 사용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무효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승소한 한국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변화된 기준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의로 상표를 모방했는지, 양도수수료를 요구했는지 등을 입증해 승소를 이끌어 낸 것이다. 동일한 브로커의 여러 피해 기업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경우 상대방의 악의성을 더욱 쉽게 입증할 수 있다. 특허청은 이 같은 기업들이 협의체를 구성,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허청은 중국에서 한국기업 상표의 무단 선점 여부를 조사해 해당 기업에 통보하는 조기경보체계, 공통의 상표 브로커에 법적 대응이 가능한 공동대응협의체, 수출(예정) 기업에 분쟁 단계별 맞춤형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을 제공하는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 예방 컨설팅을 지원 중이다.

목성호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의 뜻을 밝히고 실질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nterview] 유성원 변리사가 알려주는 브로커 대응책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사진제공=지심특허법률사무소
- 중국에서 국내 기업이 상표 도용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중국에서 국내 기업 상표 도용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피해 업종은 외식, 화장품, 패션 등이 가장 많은 편이다.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노출이 늘었다. 이에 따라 상표권 도용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상표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은 2017년까지 외국 상표를 보호하는 제도에 대해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주로 상표 브로커들의 타깃이 됐다.

- 상표권 도용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취해야 할 조치는.
▲도용한 측의 상표 등록을 무효화하고 저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후 반부정당경쟁소송을 진행하는 등 법률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 중국에서 상표권을 도용당했을 때 국내 기업은 무엇을 가장 어려워하나.
▲일단 중국과 법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대응 전략을 짜는 것부터 어렵다. 해외소송의 경우 국내소송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도 한다.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전문가를 찾아 적시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어렵다.

- 국내 기업이 상표 브로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재는 중국 상표 브로커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이 많이 개발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상표 브로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상표권이 선점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엔 돈을 주고 상표권을 사오는 것 외엔 해결책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례를 통한 대응법이 상당하고 특허청도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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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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