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서포터의 침묵 시위, 선수단-프런트는 그래서 더 애달펐다 [현장메모]

김용일 2021. 9.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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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FC서울 선수단 버스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빠져나가자 확성기를 든 한 서포터가 이렇게 말했다.

일부 실망한 서포터 사이에서 욕설이 나오긴 했으나 정작 선수단 버스가 나왔을 땐 침묵만 흘렀다.

고성 하나 없었던 서울 서포터의 침묵시위는 선수단과 프런트를 더 애달프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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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서포터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K리그1 16라운드 순연 경기 직후 비판 걸개를 든 채 선수단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상암 |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철수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FC서울 선수단 버스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빠져나가자 확성기를 든 한 서포터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선수단 버스가 지나가는 길가에 늘어서 비판 현수막을 든 40여 명의 팬은 일제히 자리를 정리했다.

K리그1 최하위에 몰린 서울 선수단과 프런트가 팬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6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전북 현대에 3-4로 졌다. 6경기 연속 무승(1무5패)이자 3연패를 당한 서울은 리그 최하위(승점 25)에 머물렀다.

강등 위기에 실제로 다가온 서울은 이날 조영욱, 권성윤, 백상훈 등 U-22 자원을 6명이나 선발로 배치하며 ‘젊은피’로 승부를 걸었다. 후반 기성용, 팔로세비치 등 베테랑을 투입하며 전북과 맞서 시즌 첫 ‘3골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 홍정호에게 결승골을 내줘 또다시 패배를 떠안았다. 젊은피가 가능성을 안겨준 경기였으나 무승 고리를 끊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무관중 경기로 열린 이날 서울 다수 팬이 경기장 밖에서 대기했다. 이미 경기장 내 서포터석에 갖춰졌던 응원 현수막은 사라졌고, 밖에서 비판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었다. 단순히 전북전 결과에 국한한 게 아니라 시즌 내내 K리그1 빅클럽 답지 않은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작심하고 비판 현수막을 준비한 것이다. ‘실력으로 이뤄낸 꼴등’, ‘우리가 뛰어도 12등’, ‘사무실엔 곰팡이 풀밭 위엔 베짱이’, ‘그대들은 무엇을 위해 뛰는가’ 등 서울의 현실을 비판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옛 영광에 도취하지 말고 변화한 흐름에 맞춰 리그 빅클럽다운 퍼포먼스를 바라는 팬의 마음이 담긴 글귀가 곳곳에 보였다.

이날 서울 서포터는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한 공간에 다수가 밀집하지 않고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현수막을 들었다. 그리고 침묵시위를 펼쳤다. 과거 K리그에서는 특정 팀이 부진할 때마다 서포터가 경기장 외곽에서 버스를 막거나 코치진, 선수단과 충돌하는 일이 빚어진 적이 있다. 이날 서울 구단도 서포터의 현수막 시위에 잔뜩 긴장했다. 일부 실망한 서포터 사이에서 욕설이 나오긴 했으나 정작 선수단 버스가 나왔을 땐 침묵만 흘렀다. 버스에 탄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고성 하나 없었던 서울 서포터의 침묵시위는 선수단과 프런트를 더 애달프게 만들었다. 서울 관계자는 “솔직히 (물리적 충돌 등을) 걱정한 것도 있는데 (질서 있게 침묵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프다”며 “충분히 우리 구단이 비난받을 상황이고, 팬들은 이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섭 서울 감독과 주장 기성용은 서포터와 직접 만나 대화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면서 선수들은 격려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도 이날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을 언급하면서 다음 경기에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서포터의 마음을 달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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