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거주 의무' 풀자 전세 11% 늘어, 규제가 문제란 증거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에 대해 ‘2년간 실거주’를 의무화하려던 규제를 지난 7월 철회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11.4%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시장에 역행하는 규제를 없애자 공급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재건축 투기를 잡겠다며 작년 6·17 부동산 대책에서 이 규제를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효과 대신 역효과만 나타났다.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기 집에 이사 들어가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 졸지에 쫓겨난 세입자들이 늘면서 전셋값만 더 올랐다. 심지어 실거주 규제를 피하느라 재건축 아파트들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는 통에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치솟았다.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 여당은 세입자 피해만 키운 채 결국 1년 만에 ‘2년 실거주’ 규제를 폐기했다. 그러자 금세 효과가 나타났다. 서울의 어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 7월 85건이던 전세 물량이 두 달 만에 279건으로 3.3배나 늘었다. 규제가 문제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규제의 역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강행한 임대차 3법 규제 1년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6.7% 올랐다. 법 도입 직전 1년간 상승률 2.4%의 7배에 달한다. 전세 시장에는 극심한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다. 기존에 전세 살던 사람은 2년의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고 상한제를 적용받았지만 이는 전셋값 급등을 2년 미뤄둔 것에 불과하다.
규제를 푸는 것이 주택 시장 안정의 특효약임이 확인되고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손댈 수 없다 고집하고, 민간 재건축 규제를 틀어쥔 채 소비자 선호가 떨어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에만 매달려 있다. 누가 이런 정부를 믿고 집 구매를 미루겠는가. 주택 수요자들이 여전히 ‘영끌 구매’에 매달리는 건 규제 휘두르는 것만 잘하는 이 정부의 부동산 실력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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