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에 건네는 '소박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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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평범하지만 평화로운 다방에 한 사나이가 홀연히 들어온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져있던 이 모든 이야기는 '라면+커피+담배 한 갑'이 걸린 소박한 사나이의 사기극을 만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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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재연된 주성치 풍의 코믹극
자유분방한 애드립에 웃음 빵빵 터져
'이게 뭐지'하고 보고 있다가도 '피식'
머릿속 맴도는 아포리즘도 숨어있어
그 결이 다른 창작 뮤지컬과 많이 다른 ‘홀연했던 사나이’ 이야기다. ‘이게 뭐지’하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이없어 피식하다가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게 된다. ‘왜?’인지 모를 이야기와 노래, 과장된 몸짓이 넘쳐나지만 그 사이에는 “허세에 1%의 실속이 있다면 기세가 된다”식의 두세 번 되씹으며 음미하게 하는 소박한 아포리즘도 숨어있다.
2018년 초연 당시 연출은 ‘홍콩 코미디 영화 대가 주성치 스타일 작품’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이해가 된다. 웹툰이 없던 시절 만화방에서 소리 죽여 웃으며 책장을 넘겼던 만화책 ‘이나중 탁구부’, 그리고 ‘멋지다 마사루’가 오랜만에 떠오른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데미안’ 등에서 콤비를 이뤘던 오세혁 작가와 다미로 작곡·음악감독의 신인 시절 열정이 담긴 작품이다. 2011년 연극으로 처음 소개돼 2012년 부산과 2013년 대학로에서 공연된 이후 5년 만인 2018년 뮤지컬로 초연됐고 3년 만에 재연 무대가 시작됐다.
‘인사이드’ ‘분장실’ ‘보도지침’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라흐마니노프’ 등으로 요즘 가장 바쁜 극작가이자 연출인 오세혁은 “다미로 작곡가와 만들어낸 최초의 뮤지컬이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정처 없이 떠돌았다”며 “이상하게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분들 힘으로 다시 한 번 샛별다방이 빛날 수 있게 됐다”고 벅찬 재연 소감을 밝혔다.
두 예술가의 젊은 시절 작품답게 빛나는 재능에 섞여 있는 치기(稚氣)도 드러난다. 등장인물이 “소극장 공연이라 중간 휴식 없다”는 식으로 웃기거나 자유분방한 애드립을 친다. 뚜렷한 개성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박한 이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노래와 사연은 이 작품이 ‘재승박덕(才勝薄德)’의 반대쪽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마담은 사람이 먹는 밥만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차만 파는 다방을 월세도 밀리면서 열고 있다. 왕년의 운동권이자 전교조 교사인 황태일은 홍마담을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낭만으로 사랑한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다른 다방 종업원 김꽃님은 홍마담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얻는다. 그런 김꽃님을 연모하는 가출청년 배달원 고만태는 전재산 64만원으로 사랑을 얻는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져있던 이 모든 이야기는 ‘라면+커피+담배 한 갑’이 걸린 소박한 사나이의 사기극을 만나 펼쳐진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면 샛별다방 이야기는 현실로 돌아온다. 승돌은 다방에 찾아왔던 의문의 사나이를 의심했지만 결국 그의 허세 속 진정에 감화돼 영화판에 투신했다. 그러나 폼 나는 영화감독이 되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온갖 허드렛일에 지쳐갈 때 꿈처럼 영화와 만났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 것. 이번 재연 무대에선 다시 홀연했던 사나이를 기억하게 된 청년 승돌의 선택이 보다 밝아지는 쪽으로 바뀌었다.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에서 9월 26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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