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출길 볕드나] 석탄·원전보다 원가경쟁력 앞서.. 탄소중립 타고 '부활의 노래'

박정일 2021. 9. 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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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교란 中저가공세 안 먹혀
기술 진화로 산업경쟁력 우위
친환경 화두에 설비용량 급증
"中과 갈등 미·인도시장 공략을"
<한국무역협회 제공> *IEA는 국제에너지기구, UNEP는 유엔환경계획.

2010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태양광을 꼽았다. 5대 성장사업의 나머지인 바이오·제약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은 지금도 핵심 성장사업으로 입지를 키우고 있지만, 태양광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2000년대 중반 화석연료를 대체할 최적의 신재생에너지로 주목 받았던 태양광은 2011년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인해 보조금을 축소했고, 여기에 중국의 저가공세까지 이어지면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SK와 LG 등도 삼성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한화그룹과 OCI 정도만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면서 태양광 시장이 다시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0년 전과 다른 점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규제가 한층 강화됐고, 여기에 태양광 시장을 교란시켰던 중국이 더 이상 저가공세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기술도 한층 진화하면서 태양광 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강해졌다. 수소, 중·대형 이차전지배터리 등과 함께 태양광이 다시 수출 효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탄소중립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태양광 설비 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태양광 신규설비 용량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107GW를 기록, 2019년(109GW)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117GW로 10% 가까이 늘고, 2022년에도 119GW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에서 태양광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EA는 2015년과 비교해 지난해 신규 태양광 설비 용량은 118.4% 증가했지만, 풍력과 수력은 각각 3.0%, 48.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비중이 늘어나는 주 요인으로는 가격 경쟁력 등이 꼽힌다. 태양광을 집중 육성 중인 미국과 중국, 인도의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발전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수치)은 이미 석탄과 원자력발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가 1MWh 당 균등화발전비용을 비교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석탄이 117.3달러, 원자력이 71.3달러, 태양광이 44.0달러로, 태양광이 여타 발전보다 가격경쟁력이 더 높았다. 중국 역시 석탄(74.7달러), 원자력(66.0달러)보다 태양광(50.7달러)이 우위에 있었고, 인도 역시 중국과 비슷했다.

단 한국은 석탄(75.6달러), 원자력(53.3달러)보다 태양광(95.6달러)의 발전비용이 더 비쌌다. 이는 좁고 산악지형이 많아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친환경·탄소중립이 세계 각국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요국의 관련 투자는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누적 태양광 설비 용량이 2015년 5GW에서 2020년 54GW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2030년까지 124.1GW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기간이었던 2019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555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전년보다 28%나 증가한 숫자였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상승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인도 시장이 국내 태양광 산업의 집중 수출 공략 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2018년 7월부터 2년간 중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으며, 세이프가드가 만료되는 2020년 7월에 다시 1년 연장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상무부가 지난 6월 중국의 신장지역 위구르족 탄압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5개의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올렸다. 미국 상원은 지난 7월 14일 '중국 신장 자치구 제품 전면 수입 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한화큐셀은 미국 가정용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24.8%, 상업용 시장에서 19.1%를 차지하는 등 1위 기업 자리를 굳혔고, LG전자 역시 가정용에서 12.8%의 점유율로 2위, 상업용 시장에서 5.9%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이 높지만 중국과 유럽, 미국 기업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고효율 전지 개발이 필요하다"며 "특히 잉곳, 웨이퍼 등 소재·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산화율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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