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거 우리 부장 얘긴데.." 현역 회사원이 쓴 직장인 자회상

김유태 2021. 9.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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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이야기' 출간
직장인 작가 송희구씨
3월 블로그에 웹소설 연재
커뮤니티 조회수 1천만 달성
부동산·꼰대·명예퇴직 등
공감 자아낸 '김부장' 얘기
김부장의 아파트 옆에 지어진 대단지 신축 아파트. 소위 '대장주'로 뜬 그곳에 동료 최부장이 이사를 왔다.

행색도 허름했고 낡은 승용차를 타는, 저 변변치 않은 녀석이 말이다. '자가는 무슨, 전세겠지.' 그러나 착각은 잠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슬픈 예감이 한 번도 틀린 적 없다. 회사 후배 송과장 왈 "최부장 집은 자가"란다. 1년 새 3억원 오른 김부장 집보다 무려 6억원이나 비싸다. 아뿔싸.

올해 3월, 한 블로그에 올라온 웹소설 줄거리다. '직장인 부동산 아포칼립스'라는 폭발적 반응을 얻은 소설을 쓴 작가는 올해 1983년생인 용산 대기업 11년 차 직장인 송희구 씨(사진).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0만뷰를 달성하더니 이번에 책으로 출간됐다. 송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실존 인물을 몇 명 합쳐 만든 캐릭터가 '김부장'이에요. 그래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소설 주인공 김부장은 '꼰대'다. 외제차로 출근한 후배를 두고 '차를 사려면 먼저 상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자문하고, 쇼핑몰을 열겠다는 아들에게 '장사꾼은 모두 사기꾼'이라며 대기업 입사를 강요한다. 중저가 핸드백 하나뿐인 아내와 달리, 300만원 명품을 일시불로 긁기도 한다. 투자에 일절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들이 부동산으로 벌면 배가 아프다.

"사실, 제가 신입일 때만 해도 외제차를 사면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소설 장면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제가 실제 직장인이어서 그럴 거예요. 그렇다고 저희 회사의 누군가를 지칭하는 건 아니에요. 회사에선 아직도 제가 이걸 썼는지 잘 모르시고요."(웃음)

그러나 독자는 '꼰대' 김부장이 밉지만은 않다. 그는 이 시대 부장님들 평균치다. 김부장은 외적인 삶에 집중하지만 임원을 달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운명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고 없이 문자는 오고, 김부장은 명예퇴직한다. 밀려난 그는 어설픈 욕심에 지하철에서 2㎞ 떨어진 신도시 상가를 덜컥 계약한다. 사기였다. 그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김부장이 자신에 대해, 또 삶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김부장에게는 알뜰살뜰한 아내, 건물주 친구 '놈팽이', 아버지를 끝까지 믿는 아들 등 그를 돕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송 작가의 '김부장 이야기'는 시리즈로 출간된다. 1권 김부장 편에 이어 2권 '정대리·권사원 편'도 출간됐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3권이 백미가 될 전망이다. 투자 고수 '송과장'을 다룬다. 애초에 최부장에게 신축 아파트 입주를 추천한 사람도 송과장이었다. 김부장만 몰랐다. 상무부터 말단 사원까지 집 구매에 송과장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직원이 없다는 것을.

"송과장은 제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되고 싶은 캐릭터에 가까워요. '송과장 편'에선 송과장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우리 시대의 많은 '부장님'들이 회사에서 나가면 뭘 할지 걱정이 많으신데 대비가 없잖아요. 저희들 미래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부동산을 써보고 싶었어요."

'김부장 이야기'는 드라마화를 위한 각본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안으로 웹툰으로도 나온다. 꼰대 김부장의 삶과 애환이 너른 공감을 자아낸 이유는 뭘까.

"사람이란 자기도 모르게 남과 비교하게 되고, 이기심을 갖게 되고 또 질투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얼마나 통제하느냐에 따라 행복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투와 이기심을 나쁘게만 보면 자기 손해이고, 이런 감정을 긍정적으로 돌려 발전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겠어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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