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 패럴림픽 배드민턴서 은메달 2개.."두 딸에게 나눠줄 것"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 ‘환상의 복식조’ 김정준(43·울산중구청)과 이동섭(50·제주도)이 도쿄패럴림픽 마지막 은메달을 따낸 후 가족들을 향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계선수권 4연패에 빛나는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단·복식 모두 결승에 올라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2개의 은메달이었다.
김정준-이동섭 조는 5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휠체어등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마이젠펑(32)-취쯔모(20) 조를 만나 세트스코어 0대2로 지며 금메달을 놓쳤다. 이날 오전 김정준이 단식 결승에서 ‘2001년생 일본 신성’ 가지와라 다이키에게 0대2로 패한 직후다.
김정준-이동섭조는 경기 초반 도쿄패럴림픽 남자 WH1 등급 단식 금메달리스트 취쯔모를 앞세운 중국에 고전했다. 중국은 1세트 초반 날카로운 드롭샷과 강한 스매시에 이은 정교한 네트플레이까지 선보이며 11-5로 앞서 나갔다. 기세가 오른 중국은 한국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당황한 한국은 손 한번 제대로 못쓰고 1세트를 10-21로 내줬다.
2세트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중국은 이번 대회 남자 WH2 등급 단식 은메달리스트 김정준을 놓아둔 채 이동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김정준이 위치를 옮겨가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은 2세트 초반 공격과 수비에서 범실이 잇따르면서 0-7까지 끌려갔다. 한국은 이동섭의 드롭샷 성공으로 첫 득점을 따내며 1-7을 만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점수가 2-12까지 벌어지면서 경기 분위기는 중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한국은 13-16까지 추격했지만, 뒤집기에는 힘이 부쳤다. 2세트마저 14-21로 졌고, 결승전 시작 37분만에 패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 이동섭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다”고 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이 처음 채택된 패럴림픽에서 첫 은메달을 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세계랭킹 1위조’에 대한 심한 견제, 전력 노출이 많이 된 탓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이 많이 노출됐다. 다른 나라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됐다”고 했다. 이동섭은 “상대는 10~30대인데 나는 50살이 넘었다. 김정준 선수도 벌써 40대 중반을 바라본다. 체력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훨씬 좋았고, 스포츠 등급 면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3년 후 파리패럴림픽을 이야기하자 이들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조를 또 만날 가능성에 대해 두 선수는 “100%”라고 답했다. 김정준은 “오늘은 아쉽게 졌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욕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날 경기 후 김정준의 손엔 일본 자원봉사자 팬이 선물한 아사히신문 스크랩 기사가 들려 있었다. 2005년 사고 이후 2년만인 2007년 재활치료로 시작한 배드민턴, 2013~2019년까지 세계선수권 우승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는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장애인 배드민턴 최고 스타다. 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장면에 이동섭은 “어느 나라에 가든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86명의 아름다운 도전, 도쿄패럴림픽 13일의 열전은 이날 김정준-이동섭의 은메달로 마무리됐다. 이들이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다. ‘소문난 딸 바보’ 김정준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따간다고 약속했는데 ‘아빠, 은메달 2개 땄다. 많이 좀 봐주라’”며 웃었다. “두 딸에게 하나씩 은메달을 나눠줄 생각”이라더니 “아내가 패럴림픽 훈련 기간 내내 혼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역시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 아들, 딸을 못본 지 한 달이 넘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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