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치는 연예인보다 낫다"..구찌 협찬까지 받는 가상 모델 [생생유통]
롯데홈쇼핑은 가상 쇼호스트 루시 내세우고
화성에서 온 제이릴라에 사이버 아이돌 'HY-FIVE'도 화제
요즘 유통가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도는 말이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고용하느니, 차라리 '가상 인간'을 쓰는 게 '가성비'가 높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가상 인간들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상에서 실제 사람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화제를 뿌리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가상 인간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통해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고 폴로어와 댓글 등으로 소통까지 한다. 메타버스에 익숙한 MZ세대는 가상 인간에게도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다를 바 없이 호응해준다.
가상 인간들이 광고 영역에서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데에는 '비인간성'이 결정적이다. 이들은 광고주가 원하는 거의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다.
시공간 제약이 없어 스케줄을 조정할 필요가 없고 사생활이나 범죄 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한마디로 '예측불가능한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국내 대표 앰배서더로 EXO 멤버 '찬열'과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을 선정했다가 해당 멤버들이 각각 예상치 못한 사생활·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올 상반기에는 한창 주가를 올리며 광고 개수를 늘려가던 배우 서예지가 사생활·갑질·학력 위조 논란 등이 연이어 터져 광고주들이 발 빠른 '손절'에 나서기도 했다.
가상 인간들은 위와 같은 문제에서 완벽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이는 부분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 공간에서 의도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 인간의 가치는 점차 상승하는 이유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진짜보다 더욱 진짜처럼 보이도록 가상 인간을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짜라는 위화감도 많이 옅어지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한 모델은 누가 뭐래도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제작한 가상 인간, '로지'다. SNS에서 TV광고까지 활동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는 로지는 A급 스타들 자리를 잇달아 꿰차며 광고퀸으로 떠올랐다.
로지는 식품업계는 물론 톱모델만이 할 수 있는 뷰티 광고까지 섭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5월에는 한국관광공사 케이프렌즈로 선발돼 한국 문화와 관광 콘텐츠 홍보를 시작했으며, 자동차 기업 쉐보레와 함께 신형 볼트EV를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로지는 지난 4월부터 아모레퍼시픽 '헤라' 블랙쿠션 홍보를 하며 상세한 사용감을 표현하는 SNS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 친환경 포장재 낫랩을 스카프톱으로 두르는가 하면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동참하기도 했다.
광고계의 블루칩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호텔' 광고 모델로도 선정됐다. 정용진 호텔로 알려진 서울 회현동의 '레스케이프'에 방문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게시한 데 이어,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호텔과의 광고도 함께 진행했다. 두 호텔은 모두 4~5성급 고급호텔이다.
로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협찬'이라는 문구를 당당히 올리고 #반얀트리호텔 #호캉스 등의 해시태그(핵심어 표시)를 달았다.
국내 유통기업에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상 인간을 직접 제작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9월 개발에 돌입해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루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제 인간이 촬영한 사진에 가상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을 주로 선보이는 루시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루시는 현재 2만1000명의 폴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에 인공지능 기반 음성 표현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실제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가상 상담원과 가상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를 위해 최근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시각 특수효과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카이스트와 메타휴먼 개발 협약을 맺었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증강현실, 가상현실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인간은 아니지만 외계 생명체로서 광고 모델과 인플루언서로 발돋움하고 있는 캐릭터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을 본떠 만든 캐릭터 '제이릴라'다.
인간의 몸에 고릴라의 머리를 하고 있는 화성에서 온 생명체 제이릴라는 최근 인스타그램 폴로어 수가 빠르게 늘면서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 스니커즈 협찬까지 받게 됐다.
제이릴라는 구찌에서 협찬받은 정가 139만원짜리 '구찌 배스킷 남성 인터로킹 G 스티커즈'를 신고 인증샷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지속·재생 가능한 바이오 자원에서 유래한 비동물성 소재를 적용한 신상품으로, 제이릴라는 향후 이 운동화를 신고 활동할 예정이다.
제이릴라가 패션 브랜드 협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제이릴라가 패션 브랜드 '코치'와 유인원 로고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베이프'의 제휴 컬렉션 모델로 활동했다. 비, 로꼬, 규정, 휘민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나란히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신세계그룹은 제이릴라를 로지처럼 신세계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모델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연예인으로 띄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제이릴라의 인스타그램 폴로어는 1만1100여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제이릴라 상표 소유권을 지닌 신세계푸드에도 각종 브랜드에서 협찬·협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제이릴라에게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협업 및 모델 제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며 "제이릴라의 이미지를 감안해 광고 계약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 아이돌을 내세워 팬덤을 끌어 모으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hy(한국야쿠르트)의 사이버 아이돌 'HY-FIVE' 데뷔 프로젝트다. hy가 식품업계 최초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hy의 5개 인기 제품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장케어프로젝트 MPRO3 △간건강 간케어 쿠퍼스 △하루야채 △야쿠르트라이트에 각각의 세계관을 가진 '부캐(副캐릭터)'를 적용해 5인조 아이돌로 재탄생시켰다.
인스타툰 인기 작가 연그림과 협업해 5명의 캐릭터를 확정하고 본캐 제품명을 이어받아 각각 '위르(윌)' '뚜리(MPRO3)' '쿠퍼(쿠퍼스)' '야츄(하루야채)' '쿠르(야쿠르트라이트)'로 이름 붙였으며, 실제 음원 발매가 목표다. 인스타그램에 웹툰 형식으로 데뷔 과정이 공개된다.
지난 4월 데뷔 멤버 목소리를 모집하는 오디션을 열었으며,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5인이 선발됐다. 이들은 현재 HY-FIVE의 데뷔 음원을 녹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새 HY-FIVE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폴로어가 3만8000명을 넘어섰다.
MZ세대는 실제 아이돌에게 열광하듯 HY-FIVE에게 애정을 보이며 "위르 음색 너무 좋다" "아이돌 바이브 낭낭하다" "쿠르야, 심장에 무리가 와" "뚜리 언니 사랑해요" 등 진심 어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만큼 업계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실제 사람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강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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