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20분 전에 했는데..' 현행범 체포된 50대 무죄

박영서 2021. 9. 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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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한 뒤 택시를 타고 한참을 이동했음에도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9년 9월 20일 밤 택시 승강장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 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경찰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 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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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간·장소 현행범 해당 안 돼..위법한 체포"
남성 체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음주운전을 한 뒤 택시를 타고 한참을 이동했음에도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 20일 밤 택시 승강장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 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구대로 자리를 옮겨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세 차례 요구했으나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경찰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 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음주운전을 하긴 했으나 체포 시점과 범행 시점이 20분가량 차이 나고, 장소도 범행 장소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 시간적·장소적으로 봐서 현행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춘천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신고자 말에 의존해 A씨 차량이 어디 있는지 등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도 합리적이지 않고, 단지 A씨가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도망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사건 당일 택시 기사들과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하며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한 혐의(경범죄 처벌법 위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만원을 내렸다.

검찰은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소 술에 취해 보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현행범에 준하여 영장 없이 체포해야 할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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