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4] 너만의 어바인을 찾아봐

황석희 영화 번역가 2021. 9.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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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got to find your Irvine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외딴곳에 있는 예쁜 모텔에서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이다. 동생 결혼식에 참석한 세라는 어딘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피로연 사회자는 뜬금없이 세라에게 축사를 시키고 세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린다. 이때 처음 보는 남자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마이크를 뺏고 근사한 축사를 잇는다. 영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2020)’의 한 장면이다.

영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2020)’의 한 장면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한 남자의 이름은 나일스. 나일스는 다른 하객들과 달리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옷차림과 달리 축사는 훌륭하다. “항상 기억하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린 길을 잃도록 태어났을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발견됐습니다(But always remember. you are not alone. We may be born lost. But now, you are found).”

묘한 이 남자에게 끌리는 세라, 결국 나일스와 술을 진탕 마시고 한바탕 소동 끝에 신기한 동굴로 들어간다. 다음 날 잠에서 깨자 어제 결혼식이 반복된다. 그 동굴로 들어간 사람은 타임루프에 갇히는 것이었다. 이제 나일스와 함께 타임루프에 갇혀 하루를 무한 반복하는 세라. 문제는 이 둘만이 아니라 실수로 로이라는 어떤 남자도 한 명 갇혔다는 것이다. 로이는 나일스에게 앙심을 품고 매번 나타나 무참히 죽이려 들고 둘은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된다.

영겁의 시간을 세라와 지내며 사랑을 느낀 나일스는 이대로 정착하고 싶지만 어떻게든 타임루프를 벗어나려는 세라와 갈등을 빚고 헤어진다. 터벅터벅 앙숙인 로이의 집까지 찾아간 나일스. 로이는 이미 나일스에 대한 원한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개똥에 물을 주는 귀여운 어린 딸, 한창때의 아내, 어바인의 소박한 집. 이것보다 좋은 인생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너도 너만의 어바인을 찾아봐(You got to find your Irvine).” 이제 나일스는 그만의 어바인, 세라에게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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