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서울시의회 본회의 중 퇴장.. 수면위로 떠오른 갈등, 10년전 사태 재현되나

김태희 기자 2021. 9.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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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의회 본회의 진행 중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쌓여왔던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의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시의회에서는 10년만에 ‘시장 불출석 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 시장은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 참석했다가 돌연 퇴장했다. 시정질문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오 시장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이경선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은 오 시장의 유튜브 ‘오세훈TV’의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슬쩍 넘어가시려고? 사회주택의 민낯’ 영상을 소개하면서 “오세훈TV에 서울시의 비공개 문서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소개한 영상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가 추진한 사회주택 관련 사업이다. 영상에는 오 시장의 사진 옆에 “사회주택 사업 재고 및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임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과 관련 담당자들, 법적 대처를 검토하라”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의원은 영상 소개를 마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튜브 제작진이 어떻게 서울시의 비공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공공을 사사로이 이용한 시정 농단이다. 자료 유출 경위에 대해 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에서 유튜브 제작 과정과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이것이 오순실의 농단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끝까지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발언을 마친 뒤 오 시장에게 발언시간을 주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자진해서 발언대에 나선 뒤 “마이크를 켜달라. 무엇이 두려워서 저에게 발언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시냐”라고 항의했다. 오 시장은 지속된 요구에도 답변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이렇게 하면 이후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후 오 시장은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따로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의회에서 발언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1시간 49분만에 본회의장으로 돌아갔다.

오 시장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상이라며 “전국 16개 지자체 중 9개 지자체에서 지자체장들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유튜브는 제 유튜브와 상당히 유사하다.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시의회 전체 의석 110석 중 101석이 더불어민주당 의석으로, 국민의 힘 소속인 오 시장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그동안 시의회 시정질문 등에 참석하면서 ‘저자세’를 취해왔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의회 시정질문에 참석했을 당시에도 시의원들이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의원들이 답변 시간을 길게 주지 않거나, 답변을 중간에서 끊었을 때에도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회의 진행 중 퇴장하는 강경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오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지난 서울시정(2006~2011) 당시 시의회와의 갈등이 심해 출석을 거부했던 적이 있다.

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0년만에 의회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서울시장이 의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장에서 유일한 현장이었다”면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파행시키고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 반복돼선 안된다”라며 “오 시장님께 10년전 전처를 밟지말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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