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공작".."김웅, 고발장 위법성 인식한 정황"

장나래 2021. 9. 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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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고발 사주' 의혹 3대 핵심쟁점 공방 가열
김웅 고발장 전달 사실상 인정
윤 캠프 "검토 뒤 말하라" 압박
고발장 의혹 최초 보도 매체는
"당에 전달한 입증 자료 있어"
손 검사 이름 적힌 텔레그램엔윤 캠프 "조작 가능" 의혹 제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묵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고발장을 건네며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고발장 전달을 사실상 인정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인 김웅 의원과 의혹을 전면 부인한 윤석열 캠프의 입장이 갈리는 데다, 캠프 쪽에서 텔레그램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김웅, 고발장 받아서 전달했나

논란의 중심에는 검찰과 야당의 ‘연결고리’ 역할로 지목된 김웅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입장문을 내어 “당시 의원실에는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 제보받은 자료라면 이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익제보’를 강조하며 당에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대목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김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29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김 의원의 ‘불확실한 답변’을 근거로 당무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해명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식되자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날 김 의원에게 “정밀하게 검토하고 발언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웅 의원은 당시 의원도 아닌데다 바른미래당 측에 있다가 우리 당에 와서 공천을 받고 출마한 분이다. 그분에게 고발장을 전달할 바보가 있냐”고 되물었다. 장 의원은 또 “윤 후보가 진짜 야당 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 당시 (미래통합당의) 법률 지원 책임자가 정점식 의원”이라며 “윤 후보와 정 의원은 가장 가깝다. 그분에게 전달해서 바로 고발하는 게 맞지 왜 건너건너서 이런 짓을 하냐”고 항변했다. 김경진 캠프 대외협력특보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 후보로 뛰고 있는 분에게 무슨 대리 고발을 해달라고 고발장을 넘긴다? 이건 지금 상황과 맥락이 지금 전혀 안 맞는다”며 “김웅 의원은 정밀하게 검토하고 해명 보도자료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와는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는 김 의원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쪽에서는 김 의원이 위법성을 인식하고 고발장을 당에 넘겨줬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동 발행인은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발장을 당 법률지원단에 넘겼다고 한 김웅 의원이 당시 위법성을 인식하고 넘겨줬다는 걸 입증할 만한 정황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이 이걸 흘린 것으로 추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라며 “(유출자가) 김 의원이 맞다면 해명이나 변명을 황당하게 또는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메신저 ‘손준성 보냄’이 조작?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공방이 진행 중이다. <뉴스버스>는 이번 의혹을 보도하면서 지난해 4월3일 손 검사가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보낼 당시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 있는 갈무리 화면을 공개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텔레그램 이름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경진 캠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발신자의 텔레그램 메신저상의 이름을 손준성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실체가 누가 됐든지 손준성이 보낸 것처럼 찍히게 된다”며 “감찰 과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조작을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손 검사도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김 특보의 주장처럼 ‘제3의 인물’ 전화번호를 ‘손준성’이라고 입력해놓고 화면을 조작했다면 희대의 가짜뉴스가 된다.

윤석열 캠프가 이런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건 손 검사가 맡았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의 특수성 때문이다. 범죄 정보를 수집·관리하며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핵심참모다. 지난해 8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차장검사급인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부장검사가 맡는 수사정보담당관실로 축소·개편했지만 손 검사는 그대로 유임됐다. 윤 전 총장의 신임이 가능했기에 가능한 인사였다.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으면서 야당 쪽에 고발장을 전달했다면 윤 전 총장의 지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도 “검사나 검찰을 취재해본 기자들이라면 손준성 검사가 있던 ‘수사정보정책관’이 어떤 자리인지를 다 안다. 그 자리의 속성상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치공작”…“검찰총장 몰랐다고 피해갈 수 없어”

결국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결국 윤 전 총장의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하며 ‘정치공작’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있으면 (증거를) 대라. 정치공작 한두 번 겪었나”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며 “누굴 고발하라고 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법무부가) 올바른 입장을 옹호한 검사들까지 전부 보복·학살 인사로 내쫓아 민심이 흉흉했다”며 “이 사건에 고발이 들어간다고 해도 수사를 할까 말까인데 그런 걸 사주한다는 자체가 상식에 안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널에이(A) 사건도 결국 선거를 위한 권·언의 정치공작으로 드러났다”며 “상식 있는 국민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해 긴급 현안질의 형식으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도 “작년에 저를 감찰 징계한 것도 공작인데, 웬만하면 이런 공작부터 먼저 수사하고 현안 질의와 긴급질의, 국정조사를 먼저 했으면 한다”고 했다. 모든 게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누굴 고발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지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야당 쪽에 고발을 사주했다면 ‘지시한 적이 없다’는 해명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윤 전 총장은) 지휘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검찰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 최고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몰랐다면서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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