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팔린 람보르기니 '우라칸' 40대 중 38대가 법인차.. 허술한 규제 논란

연선옥 기자 2021. 9.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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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 유용하면 사실상 탈세
규제 느슨하고 관리·감독 허술해 세금누수 지속

최고 출력 590마력의 V12 트윈 터보 엔진을 단 롤스로이스의 슈퍼 SUV ‘컬리넌’은 판매 가격이 5억원을 넘는다. 비싼 가격에도 올해 1~7월 국내에서 39대가 판매됐는데, 그중 36대가 법인차였다. 4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카 ‘우라칸’ 역시 올해 들어 40대가 판매됐는데 개인이 구매한 물량은 단 두 대뿐이었다. 벤틀리 ‘벤테이가’ 역시 법인 구매 물량이 개인보다 훨씬 많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의 법인차 구매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법인이 구매한 업무용차(경차·승합·화물차 제외)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를 악용해 법인차로 구매한 뒤 오너나 임원들이 개인차로 유용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겠다며 규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금 누수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람보르기니 제공

◇ 법인이 구매한 1억원 이상 수입차, 올해 3만대 넘을 듯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에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총 3만9965대 판매됐다. 이중 법인이 구매한 물량이 2만6075대(65.2%)였다. 코로나 보복 소비 여파로 개인의 고급차 구매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인의 구매 물량이 개인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롤스로이스·벤틀리·람보르기니·마세라티 등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최상위 브랜드의 법인차 비중이 높았다.

법인 명의로 차를 구매하면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비와 유지비(유류비, 보험료, 자동차세, 통행료 포함)를 1000만원 한도에서 법인세법상 손실금(비용)으로 처리해주고, 법인차를 업무에 사용했다는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 역시 사업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감면해 준다. 100% 업무용으로 사용했다고 기록부를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 전액이 경비로 인정된다.

법인이 구매한 고급차량 전부가 법인세 감면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카 등 유지비 부담이 큰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이 구매한 것은 사적 유용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구매했다면 당연히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법인 업무용으로 등록해 회피하는 것은 탈세와 마찬가지”라며 “당장 업무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관리비를 손금 산입(비용 처리)하면 정부의 법인세 과세 소득이 감소한다”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SUV 컬리넌 gif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 2016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차를 구매해 법인차량으로 등록하면 5년 동안 업무용 차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고, 연간 유지비도 제한 없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입비 상한선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하고, 구입비·유지비를 합쳐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 일지를 작성해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량에 대한 법인 구매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만4664대였던 법인차 구매는 2017년 1만6813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만9913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7월까지 판매량이 이미 2만6075대를 기록해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판매량이 3만대를 넘을 전망이다.

◇ 1억원 이상 차량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 금지하는 법 개정안 발의

업계는 법인차 규제가 여전히 허술하고 관리·감독도 부실해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법인차의 운행일지를 사실과 다르게 적어도 세무당국이 이를 바로 적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법인차의 업무 관련성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출·퇴근에 쓰이는 것은 업무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영국은 법인차의 업무 관련성을 고용 의무 수행과 일시적 근무지로 출근하는 경우만 인정한다. 영국은 또 법인차를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급여 성격 부여)해 사적 사용분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벤틀리 SUV 모델 '벤테이가'./벤틀리 제공

법인차 논란이 지속되면서 국회는 법인차에 대한 세금감면 범위를 줄이고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법인이 1억원 넘는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면 법인세 손금 산입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개인 유용이 의심되는 법인차에 대해서는 세무당국이 운행점검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용호 의원은 “법인이 업무용으로 구입하는 차량이 왜 1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여야 하는지 의아하다”며 “현행법에서는 세금 탈루 목적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더라도 이를 적발해 처벌할 방법이 없어 성실한 납세자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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