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뜨거운 여름, 생태학자가 집을 나서는 이유
대부분 기초자료로서만 보관
생태학자, 환경문제 등 참여
정확한 진단·해법 제시해야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이제 바람이 한결 시원해진 느낌이다. 여름 휴가 기간에도 많은 사람이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낸 사람도 있다. 코로나에 맞선 의료진, 산업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분 모두 뜨거운 여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생태학을 연구하는 분도 뜨거운 여름을 겨우 견뎠을 것이다.
이렇게 생태학자들이 현장에서 힘들게 얻은 정보가 귀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5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을 넘던 기간이라 관련 보도가 많지 않았지만, 일본뇌염도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 혈액 내로 전파되는 급성 신경계 감염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기에 물려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발병하면 30% 이상 사망하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보도자료에 “부산지역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하루 평균 641마리 채집돼 채집된 모기 중 작은빨간집모기 비율이 50%를 넘어 경보를 발령한다”고 돼 있었다. 모기 마릿수가 정확히 적혀 있다는 것은 누군가 모기를 잡아서 마릿수를 세어봤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전국 시도 61개 조사지점에서 4월부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작은빨간집모기를 채집하고 늦어도 4일 이내에 작은빨간집모기가 몇 마리가 채집됐는지 결과를 제출한 것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뇌염 경보도 발령하고 예방관리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사람의 질병과 관련되거나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생태자료는 하나의 기초자료로서 보관만 된다. 국내 생태연구를 담당하는 한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약 1300만건 쌓여 있지만 대부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자료량에만 집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미 환경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으로 생태학을 주목했지만 갑자기 외면당했다. 아이오와대 전 교수였던 보후밀 시맥 박사는 1936년 74세에 ‘다가오는 생태학자’라는 글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생태학을 이용하는 것은 배척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생태학자는 사회문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초자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학을 지원하는 비용 대부분이 공공재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공공성이 높은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태학자들은 크고 작은 생태 관련 사회문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제안하기보다 기초자료만 제공해 왔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얼마 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마련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계가 가장 큰 역할을 하겠지만 생태학자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거나 모방한 행위’를 고려해 자연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연기반해법’을 연구할 것이다. 물론 공공재원을 지원받을 테고 누군가는 또다시 뜨거운 여름을 보낼 것이다. 그 누군가의 노고가 그냥 컴퓨터 파일로만 남는 기초자료가 아닌 해법을 제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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