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재가동에도 靑 '대화' 방점.."유엔총회 평화 메시지 희망"(종합)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한반도 평화 메시지 발신 주목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박혜연 기자 =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이후 청와대의 대북(對北) 기조는 여전히 위기가 아닌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다.
'항구적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협상용 카드'로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것이다.
1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한미 모두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부부싸움'을 예로 들면서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좋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영변 문제가 나온 것"이라며 "(북한의 비난 담화 등) 한미 연합훈련도 작은 부부싸움 아니었겠나.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내에선 핵시설 재가동을 단편적인 사건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현재진형형'인 한미의 대북정책 흐름 아래 하나의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표한 새로운 대북정책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임 트럼프 정부와 이뤘던 싱가포르 회담과 판문점 선언의 토대 위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에 방점을 뒀다.
이런 상황에서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은 북한도 대화 국면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뒤에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도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다분히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영변을 지난번에 협상의 대상으로 제시한 바 있고, 여전히 영변을 일종의 협상 카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미국에 제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영변+알파(α)'를 요구하며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북미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전날 청와대가 핵시설 재가동과 관련해 첫 공식 입장으로 "대북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언급한 '대북관여'는 외교적인 접촉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듯 북한이 대화에 응하도록 계속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관여'로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7일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틀 뒤에는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선 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의 제76회 유엔총회 대면 참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지난달 뉴욕에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지지를 재차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방미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서 대북정책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올해 유엔총회와 관련, "가급적 그런 국제 외교무대에서 남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며 "그런 제반 상황을 고려해 유엔 총회 참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 통신연락선 복원이라는 징검다리를 이제 하나 놓은 상태이고, 제기되는 암초 하나를 남과 북이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지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강 저 건너에 있는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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