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공화국]③ '검색'으로 한 번, '구독'으로 두 번.. '이중 가두리'에 쇼핑공룡 등극

장우정 기자 2021. 9.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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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 포털 넘어 쇼핑서도 쿠팡·이베이 제쳐
쇼핑검색 장악→오픈마켓 파고드는 이중 플랫폼
네이버, 멤버십+물류 동맹+브랜드 입점 '초격차' 전략
"소비자·판매자·데이터 독점으로 플랫폼 독과점 수순"
네이버쇼핑. /웹사이트 캡처

직장인 김용찬(30·가명)씨는 새 청소기를 사기 위해 네이버에 들어갔다. ‘다이슨 청소기’ 특정 모델을 검색해 보니 100여곳의 판매처가 주르륵 떴다. 가격은 40만~50만원대였다. 쿠팡·지마켓 등에서 최저가로 살 수 있었지만, 김씨는 별도 로그인을 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 마크’가 붙은 상품을 선택했다. 3만원 더 비쌌지만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고 네이버 현대카드로 결제하면 다음번 네이버 쇼핑 때 쓸 수 있는 네이버페이 약 3만원어치가 적립돼,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웬만한 쇼핑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김씨는 앞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네이버페이를 적립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골라야겠다고 결심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검색 포털’ 네이버가 연간 159조원(2020년 기준) 규모의 국내 온라인 쇼핑(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네이버는 점유율 18.6%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쿠팡(13.7%), 지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2.4%)와 비교해도 5%포인트에 가깝게 격차를 벌렸다.

쇼핑을 위해 검색포털부터 찾는 소비자들이 네이버페이를 통해 해당 판매처(사이트)에 로그인하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구독 시 높은 적립금을 부여함으로써 쇼핑을 위해 다시 네이버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한 구조적 지위가 네이버의 1위 비결이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몰들의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등 사업자로 나서며 직접 경쟁에도 뛰어들고 있다.

이런 네이버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이마트와 택배시장 1위 CJ대한통운이 뭉쳐 ‘반(反) 쿠팡 연대’를 만든 것은 플랫폼 파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네이버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커머스(쇼핑 관련) 사업 매출은 689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874억원)보다 41%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사업 매출 대비 비중으로 보면, 서치(검색) 사업이 1년 만에 54.42%에서 49.92%로 줄어들 동안 커머스는 20.05%에서 21.81%로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네이버의 올해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28조원)보다 40% 증가한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커머스 매출 비중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걸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그래픽=정다운

◇ 심판(쇼핑검색)이자 선수(쇼핑몰)로 뛰는 네이버

처음부터 유통 회사로 시작한 쿠팡·이베이를 제치고 네이버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선두에 오른 것은 ‘심판이 선수로도 뛰는 이중 플랫폼 사업자’로서 유리한 경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온라인 쇼핑은 여러 판매처의 가격과 구매 후기 같은 상품 정보를 비교하기 위한 검색 행위부터 시작되는데,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4106만명이 이용하는 검색 포털을 가진 네이버가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은 2개 층의 이중 플랫폼 구조를 이루고 있다. 위층은 오프라인 백화점처럼 판매자들이 모이는 쇼핑 플랫폼인 ‘오픈마켓’이다. 쿠팡·지마켓·옥션·11번가·쓱닷컴 등이 직접적인 경쟁 오픈마켓이다. 아래층은 오픈마켓들이 모인 플랫폼 ‘쇼핑검색’이다. 이용자는 쇼핑검색으로 구매 조건에 맞는 오픈마켓을 찾은 후 그곳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상품을 결제한다. 네이버는 1등 검색 포털의 힘으로 쇼핑검색을 자연스럽게 장악한 후 네이버페이나 자사 쇼핑 서비스를 통해 오픈마켓 판마저 뒤흔들고 있다.

사업 초창기였던 2001년 쇼핑검색 ‘지식쇼핑’(현 ‘네이버쇼핑’의 전신)을 선보인 네이버는 현재 카카오·다나와·에누리 등 경쟁 플랫폼을 평정하고 80%가 넘는 점유율을 거머쥐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기준). 쿠팡·지마켓·옥션·11번가·쓱닷컴 같은 오픈마켓들은 네이버쇼핑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검색결과 예시. '네이버 마크'가 붙은 판매처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네이버 간편 로그인, 네이버페이 적립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웹사이트 캡처

네이버는 이런 경기장의 심판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2년 오픈마켓 ‘샵N’(현 ‘스마트스토어’의 전신)을 출시하고 다른 오픈마켓과 직접 경쟁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쿠팡의 성장이 업계의 가장 큰 위협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네이버가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라며 “쿠팡은 어쨌든 ‘잘 뛰는 선수’니까 다른 선수들이 분발해 경쟁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심판 역할을 하면서 선수로도 뛰니까 얼마든지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이런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가 판매자로부터 입점비와 판매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이 아닌 ‘결제 수수료만 받아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도와주는 플랫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스마트스토어를 직접 경쟁자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점유율을 네이버에 빼앗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연간 거래액 기준 4.97%였던 네이버의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이 2018년 1~6월 21.08%로 늘었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의 상품 위주로 네이버쇼핑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고, 이로 인해 네이버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 상품의 노출 비중과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265억원을 회사 측에 부과했고 네이버는 이에 불복해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네이버를 두고 “중개 역할(쇼핑검색)을 하는 동시에 플랫폼 입점 업체(오픈마켓)와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라고 표현했다. 이중 플랫폼 사업자란 얘기다. 공정위가 주장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아니더라도, 네이버는 이중 플랫폼 사업자로서 다른 오픈마켓에 로그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주고 네이버페이 추가 적립과 웹툰 이용권 지급 등 네이버 내 다른 서비스 혜택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 소비자·판매자 다 빨아들이는 ‘구독’

지난해 6월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다. 월 4900원을 내면 쇼핑 결제액의 최대 5%를 네이버페이로 적립해주고 웹툰·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을 주는 구독 상품이다.

네이버는 월 4900원을 내면 쇼핑 추가 적립에 웹툰과 음원, 동영상, 클라우드 저장 공간까지 골라 쓸 수 있는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미국 최대 쇼핑업체인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이용자 락인(lock-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 전략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선두를 달리는 거래액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월 12.99달러(약 1만5000원)에 배송비 무료, 디지털 콘텐츠 이용 등 혜택을 주는 구독 상품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2004년 출시, 지난해 말 기준 2억명이 넘는 회원을 유치하며 락인 효과를 증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기준 목표치(200만명)을 넘는 25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락인 전략은 더 중요해졌다. 쿠팡은 여전히 추격 중이고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11번가는 지난달 31일 아마존 직구 서비스(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1일 이커머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카카오톡 시너지를 위해 재합병한다.

네이버는 소비자뿐 아니라 쇼핑시장에서 중요한 자산인 판매자를 빨아들이기 위해서도 저렴한 수수료라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가 네이버에 내는 거래(결제) 수수료는 결제수단에 따라 결제액의 1~3.85% 남짓이다. 최대 10%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쿠팡 등과 비교해 매력적인 조건이다.

정기구독 서비스도 최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입점 판매자를 구독, 생필품 등을 자동 구매하고, 정해진 날짜에 맞춰 정기 배송해주는 것이다. 네이버는 판매자들이 쿠팡처럼 배송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대신 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손잡았다. CJ대한통운이 지을 예정인 66만㎡(20만평) 규모의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센터를 네이버가 활용한다. CJ대한통운도 오픈마켓들의 물류 수요를 겨냥한 ‘이(e)풀필먼트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내 최대 오픈마켓 네이버와의 동맹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픈마켓 쓱닷컴을 가진 유통 대기업 신세계도 오는 4분기 네이버와 협력해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 출시와 백화점 명품의 ‘브랜드스토어’ 입점을 계획 중이다. 지난 2월 출시된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는 중소상공인(SME) 누구나 입점하는 스마트스토어와 달리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입점하는 또 다른 오픈마켓이다. 네이버는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판매자 수요와 오픈마켓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브랜드스토어의) 입점 문의는 많아지고 있고 거래액 역시 성장하고 있다”라며 “5~8년 내 스마트스토어와 동일한 비중으로 성장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플랫폼 독과점, 쇼핑서도 재현되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른 네이버 검색과 쇼핑의 이해상충 문제. /국회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수요·공급을 대거 빨아들이는 네이버의 공격 행보가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판매 경험이 많은 플랫폼으로 가는 게 유리한데, 소비자가 몰리면 판매자도 몰리고 시장이 점점 과점화될 수밖에 없다”라며 “지배적인 사업자가 나타나면 시장 경쟁이 줄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상승 등의 권익 침해로 이어지는 게 플랫폼 독과점의 일반적인 수순이다”라고 했다.

쇼핑 플랫폼이 ‘판매 경험이 많다’는 건 거래 데이터도 그만큼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판매자를 따라 거래 데이터도 한 곳에 집중되고, 이를 장악한 플랫폼은 소비자를 위한 상품추천 등 개인화 서비스 품질 경쟁에서 다른 오픈마켓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경쟁은 독점 사업자가 정보(데이터)는 물론 산업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종속시키는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 방식이다”라며 “아마존과 월마트닷컴이 80% 점유율을 차지한 미국 시장만큼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지만, 한국 시장도 네이버·쿠팡·이베이가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3년이 지나면 이런 문제(플랫폼 독과점)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독점의 폐해는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 위원장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제목의 과거 논문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아마존은 스스로가 오픈마켓이자 그 속에 입점한 자체 브랜드(PB) 판매자인 이중 플랫폼 사업자인데, 오픈마켓으로서 수집한 입점 판매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 판매자 대비 자사 PB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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