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법 본회의 통과.. 의료계 "중환자 수술 기피 부를 것"

김태주 기자 2021. 8.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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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수술실 내부에 CC(폐쇄회로)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료계는 “헌법소원을 하겠다”며 크게 격앙된 분위기다.

개정안은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 요청이 있으면 병원은 CCTV 촬영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음성 녹음은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환자와 의료진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 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의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다.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전 세계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다. 대한의료협회(의협)·대한병원협회(병협)·대한의학회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수술실 CCTV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악법을 무효화하기 위해 헌법소원 등 모든 특단의 대책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뒀지만,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정당한 사유란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응급 수술을 할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 높은 수술을 하는 상황,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 등이다. 의료계는 ‘응급 수술’ 또는 ‘위험한 수술’이 분과별로 차이가 많이 나고 주관적인 영역이라 어떻게 설정해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의료진이 응급 또는 중환자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한다. 병협은 8월 23일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수술실 출입구에 CCTV 의무 설치, 수술실 출입 기준 강화 등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환자단체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수술실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6년 7개월간 이어진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입법화 논쟁을 끝냈다”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유예 기간 2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할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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