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뒤로 미뤄진 언론중재법 개정안 합의 불투명

조현호 기자 2021. 8. 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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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8인 협의체서 양측 9월26일까지 논의…김기현 "여전히 문제 해결 아니라 남은 숙제"
언론노조위원장 "협의체, 여야대리전 합의 의구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오는 27일로 미루고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법안 수정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양측의 언론중재법 충돌이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협의체를 통해 법안의 근본적인 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계에서는 파국의 시간만 한달 지연됐을 뿐 여당의 법안 철회 후 원점에서 재검토 없이는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수용하라는 요구에도 사실상 반대의사를 내놓았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여야원내대표 합의사항으로 △본회의 31일 오후 2시 개회(중재법 제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관련 협의체를 구성 △이 협의체는 양당 국회의원 2명과 양당이 추천하는 전문가 2명 등 모두 8인으로 구성 △협의체 활동은 9월26일까지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9월27일 본회의 상정 등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늘 합의는 가짜뉴스로부터 피해받은 국민들을 구원하고 구제하기 위한 길을 여는데 양당이 합의를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법 처리가 한달남짓 지연되기는 하지만 양당이 협의기구를 통해서 원만한 토론을 하고 단일한 수정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은 언론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외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포털 뉴스서비스사업자 공정성 강화, 1인미디어 가짜뉴스법 등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이와는 달리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잠정적으로 한달 시간을 벌면서 뒤로 연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숙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이 해야될 건전한 행동기준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나가는 가장 큰 기둥인 언론자유와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이며, 국민의 알권리는 어떤 경우에서도 보장돼야 한다”며 “한달 동안 숙의를 거치는 숙제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전망 협의체 논의 결과 제대로된 법안수정 가능할까

향후 여야가 구성할 언론중재법 협의체가 과연 현재의 민주당 법안을 제대로 고쳐낼 수 있을까. 이 협의체엔 여야 의원 4명, 여야 추천 전문가 4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상 전문가라는 직군이 포함됐을 뿐 여야 입맛에 맞는 인사를 통해 대리전을 치르다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언론중재법에 핵심 독소조항인 고의 또는 중과실의 정의,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 허위조작보도의 정의, 배상규모, 열람차단제 등을 논의과정에서 들어내는 것을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이런 조항들을 그대로 남긴채 법안을 가져오면 국민의힘 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백브리핑에서 '야당이 고의 또는 중과실 조항 외에 다른 것도 빼야한다고 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럴거면 뭐하러 법안을 만드나”라면서 양보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고의중과실 관련 조항을 뺄 수도 있다는 의사는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도 “내용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고만 반복했다.

이에 반해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종 합의안 발표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독소조항이 있다고 하면 그런 의견도 수렴해서 타당하다면 수정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5배의 규모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위의장은 “이 법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지, (언론사) 망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만 옳다고 해서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점을 정하고. 처리 기한을 두면 야당도 적극 들어오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언론계와 언론단체는 이 같은 여야의 합의는 밀실야합에 지나지 않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협의체 활동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협의체의 활동기한이 추석전에서 후로 조금 늘어났을 뿐 연휴를 빼면 2주 남짓으로, 건설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며 “인물 구성도 여야 대리전 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과연 무슨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만 든다”며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의 경우 강행처리의 부담이 크니, 한달을 늦춘 것이고, 국민의힘은 대안없이 반대한다는 비판을 받으니 협의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핵심쟁점의 타협은 어렵다”며 “충돌을 미뤄놓은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 위원장은 “충돌을 미뤘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권력감시 둔화와 언론자유, 표현의자유 위축 효과가 사라지는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자 윤 위원장은 “어떻게 합의되는지를 봐야한다”며 “양당이 표현의 자유 문제와 무관하게 정치적 거래를 통해 기본권을 훼손하는 내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는 이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 중단과 양당의 밀실거래 중단, 사회적 합의기구 수용을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언론중재법을 두고 “'시한부 협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며 “다수 의석에 기대 시한을 못 박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입법폭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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