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원도 억울하다는 강기윤 의원.."얼마면 됩니꺼"

이대완 2021. 8. 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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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당 요구 받은 강기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찾아 "억울하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창원성산구 강기윤 국회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투기 조사 발표 이후, 자신에게 탈당 요구한 당 지도부를 찾았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날 강 의원의 깜짝 방문을 '난입'이라 표현 했습니다.

이날 지도부 스케줄에는 탈당 요구자 12명에 대한 해명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지 않았나 짐작됩니다.

강 의원은 언론사 카메라가 없는 자리를 요구했지만, 이준석 당 대표는 언론 앞에서 해명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거절했습니다.

이후 10분 동안 이어진 항변 과정에서 강 의원은 '억울하다', '아쉽다', '음해다', '분하다'는 단어를 7차례에 걸쳐 사용했습니다.

이날 강 의원의 주장을 요약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8월 2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해명 중인 강기윤 국회의원

"2억 6천만 원에 매입한 땅을 45억 원밖에 못받았다, 터무니 없이 가격이 적다, 억울하다! "

"공익 사업 양도소득세 면제 법안은 강제 수용당하는 땅 주인들을 위한 것으로 이해충돌 아니다. 음해다"

"창원시 간부 공무원을 만난 것은 지역 현안 청취 차원이다, 특별한 부탁을 한 것은 아니다!"

"감나무 등 지장물 내역을 부풀린 것은 전적으로 창원시 잘못이다, 왜 책임을 나에게 묻나!"


당시 강 의원의 해명 중에 가장 눈길을 끈 건 "45억 원의 보상금이 적다, 억울하다"는 발언입니다.

예상치 못한, 너무나 솔직한(?) 강 의원의 주장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는데요.

지난 2월부터 강 의원을 둘러싼 여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해봤습니다.

45억 원이라는 보상금액이 왜 억울하고 분하다는 걸까요.

올해 초 KBS창원이 취재했던 강 의원 땅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연관기사] 강기윤, 농지로 37억 원 추정 차익…‘양도세 감면’도 대표 발의

창원시가 보상 수용한 강기윤 국회의원 과수원(창원시 사파정동), 모두 7천 제곱미터 , 2천백 평에 달합니다



■ '45억 원 보상' 억울하다는 강기윤 의원... "그래서 얼마면 됩니까?"

지난 2월 창원시는 강 의원의 과수원에 대해 땅값만 42억 원, 감나무과 불법 움막 등 땅 위 지장물은 2억 6천만 원, 합계 44억 6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강 의원 주장대로 과수원의 매입 가격이 2억 6천만 원이니, 42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겁니다.
상승률로만 따지만 17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3만 9천 원에서 14만 9천 원으로, 3.7배 올랐습니다.

이 수치로만 비교해 보면 창원시는 강 의원님의 땅값을 무척 후하게 쳐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 의원은 그 돈이 적다며 강변했습니다 .

이쯤해서 도대체 얼마면 됩니까? 강 의원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지난 4월 강 의원의 솔직한 심정이 KBS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지난 4월, 시사기획 창 ‘신도시의 타짜들’ 강기윤 의원 인터뷰 중


"정의롭게 사는 사람을 왜 음해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지의 땅입니다. 이제 60억 원은 돼야지 했는데, (보상가격으로) 40억 원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너무 턱없이 나왔어요."

강 의원은 자신의 땅이 60억 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전체 2천여 평이니까, 평당 300만 원에 달합니다.

인근 주택 밀집 지역의 대지 가격이 300~ 400만 원가량인데, 지목상 과수원인 자신의 땅이 대지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창원시 감정가격보다 20억 원가량 높습니다.

물론 땅 주인이 값을 더 많이 받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가격이 맞지 않다면 팔기 싫었을 겁니다.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땅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특혜가 있었다면 문제가 다릅니다.

특히 해당 땅의 주인이 권력자로, 그 힘이 투영됐다면 세간의 비판이 문제가 아니라,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 강기윤 의원 "내 땅은 제외해달라"...수용 제외 특혜 강요 의혹까지

그래서일까요, 강 의원은 창원시 보상 계획에서 자신의 땅을 제외 시켜달라고 창원시에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강 의원의 부동산 의혹을 조사한 국민권익위 발표와 창원시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강 의원은 지난해 6월 수용 절차를 담당하는 창원시 간부 공무원 2명을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로 불러 1시간가량 면담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이 자신의 땅을 창원시 보상 구역에서 제외 시켜달라, 재산권을 지키게 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창원시 담당 공무원로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 같은 요구를 단순 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강요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국회의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불러도 담당 공무원이 쪼로록 달려갔을까요?

해당 공무원은 강 의원이 사무실로 자신을 부를 때부터 굉장한 부담으로 느껴졌다고 기자에게 털어놨습니다.

강 의원은 한 시간 면담 자리에서 절반을 할애해 자신의 땅을 수용지구에서 빼달라고 요구했고, 해당 공무원은 현행법상 수용 제외는 안 된다며 완곡히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 의원은 단순 지역 현안을 청취하는 자리를 해당 공무원이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감나무와 같은 지장물 수를 부풀려서 보상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입니다.

강 의원 본인이 지난해 6월과 9월 현장조사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 역시 보상물 조사를 잘못한 용역 업체 직원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창원시 문제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게 '오해'고, '우연'입니다.

[연관기사] 창원시 “강기윤 지장물 보상 2배 부풀린 것 사실”…“주는 대로 받아”


■ '양도세 100% 감면 셀프 발의' 비판도 "음해일 뿐이다"

이후 논란이 된 '공익 사업에 대한 양도소득세 100% 면제 법안'을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시점은 지난해 10월입니다.

강 의원의 땅에 대한 창원시의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당시입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앞서 해당 법안은 공익 사업에 땅이 강제 수용되는 전국 모든 지주를 위한 것이며, 보좌진이 만들어준 내용을 그대로 대표 발의했을 뿐이라고 억울해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이 정상 통과됐다면, 저희 계산대로라면, 강 의원이 과수원을 판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으로 받을 혜택은 10억 원을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창원시 수용 대상 땅 주인 수백 명 가운데, 양도세 금액으로 따지면 최상위권입니다.

해당 법안 발의 뒤, 심각한 이해충돌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강 의원은 모두 정치적 공작이고, 음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럼에도 보좌진들의 권유로 인해 (안 내면 안된다고 해서) 양도소득세를 이미 납부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강 의원 주장대로라면 해당 법안은 '우연'의 산물이며, 이에 대한 비판 역시 자신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의 '오해'입니다.

[연관기사] 강기윤, 농지로 37억 원 추정 차익…‘양도세 감면’도 대표 발의

강기윤 의원 가족 명의의 회사가 매입한 창원시 진해구 땅


■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강기윤 의원 가족 회사 '부동산 투기' 의혹은 빠져

강 의원 입장에서는 이번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는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강 의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강 의원 가족 명의 법인회사, (주)일진단조의 '창원 진해구 장천동 공장 부지' 투기 의혹은 빠졌기 때문입니다.

KBS취재 당시, 일진단조는 공장을 짓겠다며 산 땅 가운데 일부를 이듬해 되팔아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습니다.

물론 나머지 매도 하지 않은 땅은 수년 째 착공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개인정보 정보 동의가 없는 가족 법인 회사 명의의 부동산 거래는 조사권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연관기사]
[탐사K]① 공장 터 샀다가 30억 원 비싸게 팔아…강기윤 “차익 거의 없어”
[탐사K]② 조폭 운영 회사와 동업은 왜?…강기윤 “업무 차 협의”

최고위원회 희의에서 발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이준석 대표 "재론 없다" 버티면 출당 카드도 '만지작'.. 강 의원, 최대 정치 위기

어쨌든 강 의원은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민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수용한 당 지도부가 부도덕하다며 비판하는 동시에, "저희 지역구(창원 성산구) 참 험난한 곳이다, 여러 단체에서 음해한다, 이런 부분을 당이 고려해주면 좋겠다"라며 '읍소'하는 양동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당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강 의원의 해명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을 먼저 생각해달라, 탈당 요구에 대한 재론 계획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강 의원의 항변과 읍소에도 당 지도부가 강경한 건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된 대응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 의원의 지금까지 입장으로 볼 때, 탈당 요구에 대해 끝까지 버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리위원회를 구성·소집해 제명(출당) 카드를 들이밀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강 의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자진 탈당 하나 밖에 없습니다.

강 의원에게 마지막 희망은 자신의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 혐의를 벗는 것뿐입니다.

그래야 당적을 잃더라도 복당할 수 있고, 다음 총선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라면 3선 국회의원의 꿈은 사라지겠지요.

6개월째 지지부진한 경찰 조사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가 지난 2월 강기윤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이대완 기자 (bigbow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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