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前 허리케인 덮친 그날, 더 센놈 왔다... 루이지애나 100만 가구 정전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8. 30. 2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명 사망, 코로나 확산에 설상가상
카트리나 이후 제방 등 보강
8월30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 디스트리한의 한 마을/AP 연합뉴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州)에 29일(현지시각)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Ida)가 상륙, 주민 한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대피한 가운데 100만여 가구가 단전 피해를 봤다. 곳곳에서 주민이 고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제방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역에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이날은 지난 2005년 8월 29일 루이지애나 일대에 18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6주년이 되는 날이다. 허리케인 최고 등급(5등급)에 맞먹는 4등급의 아이다는 3등급이었던 카트리나보다 위력이 강했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8월 30일(현지 시각)허리케인 아이다로 침수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 라팰리스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 국립 허리케인 센터에 따르면 아이다는 이날 오전 시간당 최대 240㎞의 풍속으로 루이지애나 해안 포트 포천에 상륙한 뒤 오후 7시를 기해 3등급으로, 오후 10시엔 2등급으로 격하되며 내륙으로 북상했다. 4등급은 1850년대 이래 루이지애나를 덮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다. 미 전체에선 다섯째 강도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됐다.

30일 새벽 현재 루이지애나 도시 뉴올리언스 등에서 종일 폭우와 강풍, 해일로 침수 피해가 발생, 주민 100만명 이상에 전기가 끊겼으며, 주민 1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고 루이지애나 당국이 발표했다. 이날 오전까지 주민들이 고속도로와 공항을 통해 대피하느라 장사진을 이뤘으며 저지대와 해안가는 물론 거리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고 CNN은 전했다.

미 언론들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델타 변이 확산으로 루이지애나 등 남부의 병원 중환자실에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단전·단수가 장기화될 경우 큰 타격을 안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대형병원들은 주방위군의 도움 아래 비상 발전기를 점검하고 연료 공급 트럭이나 지하수 등 다른 수원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30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침수된 루이지애나 라팰리스/AP 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로 침수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 라팰리스에서 한 주민이 물에 잠긴 도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AP 연합뉴스

아이다는 지난 28일까지도 1등급 허리케인이었으나, 24시간도 안 돼 4등급으로 급속히 위력이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이런 급작스러운 허리케인 규모 확대가 최근 대서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지구온난화 여파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1980년대엔 허리케인이 갑자기 커지는 경우가 전체의 1%에 불과했다면, 최근엔 5%로 늘었다고 한다.

아이다로 인해 미 유전 지대인 멕시코만 연안에 집중된 미 석유화학 산업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면서 휘발유 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지역 석유 생산량은 미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현재 멕시코만 석유 생산 시설 대부분이 폐쇄돼 91% 감산됐으며, 천연가스 생산량도 85% 줄었다. 2005년에도 카트리나 피해로 미 전체 휘발유 값이 두 달간 급등했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당시 취약한 해안 제방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저소득층이 몰려사는 저지대 등이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감염병 창궐과 약탈·폭동, 그리고 당국의 수습을 둘러싼 인종 갈등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당시 이라크 대테러전에 집중하던 부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도 고조됐다. 루이지애나는 이후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제방 시설을 다시 짓고 장기 단전 등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구축했다. 이번이 새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할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