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북, 영변 원자로 7월 재가동"..미 북핵 협상 판도 바꿀 변수는 못 돼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8. 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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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노이 회담’ 두 달 전 가동 중단
바이든 출범 뒤 원상 복귀

북한이 가동을 중단했던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 내 원자로를 지난 7월 초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IAEA 보고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북핵 문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IAEA는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영변 원자로에 대해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이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새로 추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IAEA는 영변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과거부터 영변 핵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IAEA는 북한이 2018년 12월부터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가 올해 2월에 방사화학실험실을, 7월부터는 원자로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2019년 2월) 직전 영변 핵시설 폐쇄 협상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반드시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계획된 도발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원래 자신들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대로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풀가동할 경우 1년에 핵무기 1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하는 플루토늄 6㎏ 정도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통해 핵물질 생산을 늘리는 것은 안보적 측면에서나 협상의 측면에서나 우려할 만한 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북한이 은밀한 장소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완성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고농축우라늄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북한이 연간 6㎏ 정도의 플루토늄을 더 만드는 것이 북핵 협상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 이번 IAEA 보고서 때문에 자극을 받거나 지금까지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북핵 접근법은 핵보유 상황에 맞는 근본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요소를 더해주지만 미국은 당장 정책적 변화를 필요로 할 만큼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IAEA 분석에 대해 “이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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