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 문화' 개선 나선 중국 기업들..정부 제동에 주말근무 폐지 등 잇달아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8. 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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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장시간 노동 문화 개선에 나섰다. 최근 각종 기업 규제책을 내놓고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노동권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발맞춘 행보다.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 문화’로 대표돼 온 중국 기업의 장시간 노동 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휴대전화 제조업체 비보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직원들의 주말 근무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30일 보도했다. 비보는 성명에서 “직원들의 주 5일 근무를 보장하겠다”며 “행복하고 진보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말 근무 폐지 방침은 중국 정부가 기업의 초과 근무 관행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지난 26일 최고인민법원과 함께 발표한 통지서를 통해 초과 근무와 관련한 노동쟁의 사례를 제시하고 법에 따른 수당 지급 기준 등을 발표했다. 기업은 초과 근무를 거부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고, 시간외수당을 포기한다는 근로계약에 합의했더라도 노동자가 수당을 요구하거나 연장 근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와 최고인민법원은 이번 통지에 대해 “노동시간과 초과 근무, 임금 적용에 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의 위법 행위를 즉시 시정함으로써 노동자의 휴식권 등을 보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노동법상 법정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당 44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또 초과 근무는 하루 1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특별한 경우라도 하루 3시간, 월 36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 등을 중심으로 996으로 상징되는 장시간 노동이 관행처럼 이뤄져 왔고, 별다른 단속의 손길도 미치지 않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19년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말했다가 청년들의 비난을 받았고,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는 또 다른 전자상거래업체 직원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996 노동 문화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에 중국 정부가 초과 근무 관행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노동 여건 개선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정부 발표에 앞서 동영상 서비스업체 콰이쇼우는 지난달부터 직원들의 주말 근무를 폐지했고, 틱톡 중국판인 더우인도 이달 들어 같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텐센트 산하 게임개발업체는 직원들이 주말은 물론 평일 오후 9시 이후에도 근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6시 퇴근을 강제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동권 강화 조치는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기업에 각종 규제를 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앞서 음식 배달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차량공유서비스업체가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조치도 내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996 문화에 대한 단속은 대대적인 반독점 규제로 기술기업의 힘을 줄이고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재분배를 촉구하는 중국 공산당의 광범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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