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양귀자 [김수지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모순>에 처음 끌린 건 자신의 삶을 ‘관찰’하려 드는 주인공 안진진의 태도가 흥미로워서였다. 덜 망신당하고 덜 실패하고자 하는 치열한 방어기제.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안진진은 닥쳐오는 모든 선택과 상황들을 분석한다.
첫 번째 분석 대상은 똑같은 날 똑같은 외모로 태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엄마와 이모다. 엄마는 평생을 척박한 삶에 쓸리듯 살았고, 이모는 완벽한 삶을 누려온 것으로 보인다. 안진진은 이모를 자신의 엄마라고 소개할 정도로 이모의 삶을 사랑한다. 엄마는 사랑하지만 안쓰러운 존재다. 때때로 인간에게 안쓰러운 감정은 짐이기에 이모를 사랑할 때 안진진은 더 가뿐해 보인다.
두 번째 분석 대상은 안진진에게 다가오는 김장우와 나영규. 두 남자는 각각 안진진의 아빠와 이모부로 연결돼 어떤 선택을 해야 엄마처럼 안 살고 이모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읽는 우리가 먼저 알게 한다.
결말이 다 정해진 듯한 이 이야기 속에 별안간 떠오르는 질문. 이모는 정말 행복했을까?
이모를 지켜보고도 안진진은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언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책의 진짜 모순은 그렇게 실패하지 않으려 했던 안진진이 실패를 무릅쓰는 데 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기꺼움을 그에게서 본다.
결국 중요한 건 틀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번 가보는 마음 아닐까. 물웅덩이를 피하기보단 신발을 다 버리기로 마음먹고 미련 없이 걸어나갈 때 마음은 늘 더 편했던 것을 기억한다.
김수지 | 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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