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백신 하루 6만회분씩 발생..추석 이후 대량폐기 우려
잔여물량 접종자 못 찾으면
하루 수만회분 폐기 불가피
지난 26일부터 18~49살 15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서 하루에 약 6만회분의 화이자·모더나 잔여백신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추석 연휴 이후가 되면 잔여백신 접종자를 찾기 어려워져 잔여백신이 대량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4분기부터 시행 예정이던 60~74살 고령층 미접종자 113만여명의 접종을 당기고 부스터샷(추가 접종) 일정을 짜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9일 코로나19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집계를 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이미 접종했거나 앞으로 접종할 대상자 가운데 접종 동의자 혹은 예약자는 모두 3906만7878명으로 전 국민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접종받는 대상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8~49살 1492만여명이 지난 26일부터 10월2일까지 접종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9월 중으로 전 국민 대비 1차 접종률이 76% 가깝게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18~49살 예약률은 68.5%(약 1022만명)로, 추진단은 이미 접종받은 숫자를 고려하면 실제 접종률은 82.6%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18~49살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접종이 지난 26일 시작한 이후 이들에게 접종하는 백신인 화이자·모더나 잔여백신 접종자도 평일 하루 약 6만명씩 나오고 있다. 전국 위탁의료기관 1만6279곳과 예방접종센터 282개소 대부분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가운데 하나 이상을 접종하는 것으로 미뤄보면, 한 곳당 평균 3~4명꼴로 잔여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잔여형주사기(LDS)를 사용하면, 1바이알(병)당 화이자는 5명분을 7명분까지, 모더나는 10명분을 12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 예약자가 1명이라도 있어야 바이알을 개봉할 수 있기 때문에, 잔여백신의 경우 접종기관별로 하루에 화이자 1~6명, 모더나 1~11명씩 나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18~49살을 대상으로 한 1차 접종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잔여백신 접종자를 찾기 어려워져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하루 수만회분씩 대량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18~49살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일정상으로는 10월2일까지로 잡혀 있지만, 모더나 백신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추진단은 추석 연휴 이후 접종 예정자 200만명가량을 추석 연휴 이전에 접종할 수 있도록 일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화이자·모더나 잔여백신은 18~49살 가운데 예약을 했지만 접종일을 당기고 싶은 사람, 전연령대에서 예약을 하지 않은 사람 등을 접종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잔여백신 접종자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석 연휴 전후부터 4분기 접종이 시작되는 10월 이전까지는 잔여백신 수만회분을 접종할 접종 대상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4분기 접종은 12~17살 소아청소년(277만명)과 임신부에 대한 접종이 결정될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1~3분기에 접종하지 않은 이들도 대상자가 된다.
정부는 고령층 등에 접종기관별 예비명단 등록과 네이버·카카오톡 당일 신속예약 등으로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속해서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접종이 진행되면서 9월 말쯤 되면 어떤 시점에선 잔여백신 접종 대상자를 찾는 것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며 “고령층 중에서 접종하지 않은 이들에게 현재도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진 만큼 4분기 접종을 앞당겨 시작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60~74살 미접종자 113만여명 등 고령층은 감염 때 위중증환자·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커 향후 접종률 증가에 따라 방역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로 가는 데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최근 60살 이상 미접종자 가운데 위중증환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고령층 미접종자에서 위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접종자들이 접종할 기회를 주는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확보한 백신이 전체 인구수보다 많기 때문에 접종률 증가 속도가 정체되면 빠르게 부스터샷 접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9월 중 잔여백신이 많이 남는다면 미접종자 접종을 포함한 4분기 접종을 일찍 당겨서 시작하고, 접종 기간이 6개월을 넘는 의료진부터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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