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쫄지말자" 한마디가..이다연을 깨웠다

조효성 2021. 8. 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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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메이저 한화클래식
19언더..대회 72홀 최저타新
1년9개월만에 통산 6승째
메이저대회선 두번째 우승
10번홀 '칩인 이글'로 쐐기
"결과보다 내가 할 것에만 집중
홀에 들어갈지 상상도 못해"
29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팰리스GC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이 `시즌 1승`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쫄지 말고 대충 쏘자'는 말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나도 '쫄지 말고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고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작은 거인' 이다연(24·메디힐)의 '우승 DNA'가 다시 깨어났다.

29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3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 최종일 4라운드 18번홀 그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이다연은 2.5m 거리의 내리막 챔피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한 팔을 번쩍 치켜들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다연은 이날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합계 19언더파 269타. 이다연은 2019년 1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6승 고지를 밟았고, 2019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이후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는 데 성공했다. 단독 2위(합계 12언더파 276타)에 오른 최혜진(22·롯데)에게 무려 7타나 앞선 압도적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2억5200만원. 시즌 상금 14위였던 이다연은 단숨에 상금 5위(약 4억7500만원)로 뛰어올랐다.

이다연은 "굉장히 오랜만에 우승해서 아직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시합 중에는 최대한 내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못 느꼈는데 끝나고 나니까 감정이 밀려온다. 그동안 우승이 없어서 불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했던 시간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의 안산 선수가 한 말이 와닿아 나도 '쫄지 말고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신의 말 그대로 까다로운 코스, 쟁쟁한 추격자들의 압박 속에서도 완벽한 경기를 펼쳐 보였다. 대회 2라운드부터 '45홀 노보기 플레이'는 이다연이 왜 난코스에서 강한 선수인지 증명한다. 게다가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어 낸 것도 이다연이 유일했다.

특히 이날 우승의 하이라이트는 10번홀(파4·330야드) 칩샷 이글이다. 이다연은 " '안전하게 플레이하자'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준비했고 계획했던 공략대로 들어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드라이버를 잡고 그린으로 과감하게 쳤다"면서 "홀까지 14m를 남기고 칩샷을 할 때에는 어려운 라이였지만 '내가 할 것만 다 하고 결과는 맡기자'고 쳤는데 홀에 들어가서 나도 놀랐다"고 돌아봤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우승이 없었던 과정은 견디기 힘겨웠다. 이다연은 "그동안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면서 "저만 힘든 시간이 아니었고 가족이 함께 힘들어하고 아파해줘서 견뎌낼 수 있었다. 항상 나를 많이 생각해주신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감격적인 시즌 첫 승. 특히 이다연은 이 대회에서 의미 있는 기록도 두 개나 작성했다. 이다연은 3라운드 때 7언더파 65타를 적어 내며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웠고, 최종 라운드 때에는 합계 19언더파를 기록하며 2018년 '핫식스' 이정은이 기록한 '대회 72홀 최저타 기록'인 13언더파 275타를 무려 6타나 더 줄인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9년 12월 치른 2020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 이후 1년9개월 만에 개인 통산 6승 고지를 밟은 이다연은 157㎝의 크지 않은 키로 250~260야드를 정확하게 보내고 까다로운 난코스에서 유독 성적이 좋아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특히 2019년 한국여자오픈과 아시아나오픈에서 잇달아 우승을 따내며 '어려운 코스에서 잘 친다'는 이미지를 굳혔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선수가 고전했지만 이다연은 홀로 버디쇼를 펼쳤다. 긴 전장과 질긴 러프로 무장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무결점 경기를 펼친 비결은 US여자오픈 출전이다. 이다연은 지난 6월 KLPGA 투어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US여자오픈에 출전했고 곧바로 스폰서 주최 대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 출전해 경험을 쌓았다.

"US여자오픈을 앞두고 훈련을 많이 했고 본대회에서도 이런저런 연습을 했다. 특히 러프가 길어서 도움이 됐다"고 돌아본 이다연은 "당시에는 그 상황을 넘기기에 급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첫 메이저 우승이 내가 잘하는 선수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해소한 계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KLPGA 대상 3연패를 거둔 최혜진은 이날 2타밖에 줄이지 못하며 시즌 첫 승을 또다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나마 2위 상금이 1억5400만원으로 위안이 됐다. 루키 홍지원과 베테랑 김지현이 10언더파 278타 공동 3위에 올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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