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섣부른 돈줄죄기 부작용 따져봤나

2021. 8.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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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이 본격화되면서 대출 가수요 및 선수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따라가면서 불안을 느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 몰려들고 있다.

무엇보다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의 대출중단을 금융당국이 사전에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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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요에 선수요까지
서민층 큰 피해 우려
NH농협은행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신규 대출 중단 첫날인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 가계 대출 한시적 신규 취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농협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대출문턱을 높였지만 지난 26일 현재 신용대출잔액은 한주새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이 본격화되면서 대출 가수요 및 선수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따라가면서 불안을 느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 몰려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등 5대 시중은행의 26일 현재 신용대출잔액은 한 주 새 2조8000억원가량 늘었다. 그 전주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같은 기간 8배 가까이 늘었다.

대출억제는 실물경제와 금융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정책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기준 가계신용(빚)은 1806조원에 육박한다. 역대 최대다. 싼 이자로 받은 대출은 부동산·주식시장으로 쏠렸고 자산버블을 불렀다. '빚투' '영끌'은 금융당국이 서둘러 대출규제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과도한 신용으로 인해 문제가 더 커져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는 게 맞다"고 한 것은 타당하다.

정책의 정교성이 문제다. 돈죄기를 하려면 금융기관과 세밀한 조율을 통해 실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의 대출중단을 금융당국이 사전에 몰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 틈을 타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소비자들이 당국의 대출관리방안을 불신한다는 방증이다. 정책불신은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정책 실효성도 문제다. 자산버블 해소 방편으로 대출규제에 들어갔지만 고소득자들의 대출을 되레 자극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죄기'가 알려진 이후 서울 강남권 은행 지점에는 전문직 등 고연봉자들의 신용대출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대출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대기자금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돈줄 죄기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민과 실수요자에겐 날벼락이다. 30대 신혼부부는 온라인 게시판에 "MZ세대가 집 사는 걸 정부가 어떻게든 막으려는 거 같다. 도대체 우리한테만 왜 그러느냐"고 한탄했다. 가계부채 급증은 저금리와 스무번이 넘는 헛발질 부동산대책 탓이 컸다. 섣부른 돈줄 죄기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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