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회장이 매제.. 고승범, 이해충돌에 발목 잡히나

김수현 2021. 8. 29. 17: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 청문회 보고서 채택에도
이해상충 논란 계속 이어질듯
"한투 관련회사 125곳" 주장에
금융위 "5년간 안건 1% 그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업라인(자료: 한국금융지주 반기보고서, 2021년 6월30일 기준)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지난 27일 여야합의로 채택됐으나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인척관계에 따른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국내 유일의 투자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로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벤처캐피탈, 사모펀드(PEF),부동산신탁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의 주요주주이기도 해 사실상 전 금융권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에 금융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민간 금융회사 경영자와 혈족 관계로 인해 안건 논의에서 제척되거나 스스로 회피한 금융위 위원은 고 후보자가 유일하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제11조 4항)에 따르면 금융위 위원은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2촌 이내의 인척 또는 자기가 속한 법인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심의·의결 과정에서 제척된다.

10년간 제척·회피 안건 총 75건 가운데 67건은 해당 위원이 소속된 기관의 예산·인사 사안이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예보의 예산승인안 의결에서 빠지거나 금융감독원장이 부원장 임명안 의결에 불참하는 식이다.

'4촌 이내의 혈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을 사유로 제척되거나 회피한 위원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고 후보자 두 명뿐이다. 임 전 위원장의 경우 4촌 이내 혈족이 예보 직원이라는 이유로 예보 예·결산 승인안 논의에 총 다섯 차례 불참했다.

제척 사유인 인척은 고승범 후보자 여동생의 남편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고 후보자는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5개월 남짓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카카오뱅크 예비허가안 등 3건의 논의에 빠졌다. 고 후보자의 매제가 회장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당시 카뱅의 최대 주주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해 고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더라도 추후 한투와 관련된 주요 업무에서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는 청문보고서에서 "주요 금융 현안에 관한 정책 의지와 소신으로 볼 때 직무를 수행할 만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다"며 고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냈다. 다만 야당은 고 후보자의 매제가 한국금융지주 회장임에 따른 이해충돌 우려 등을 거론하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고 후보자는 지난 5년간 금융위 안건 가운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관련된 안건'이 23건으로 1%에 불과하므로 위원장으로서 활동에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관련된 안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안건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는 30곳(2021년 6월말 기준)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전 금융권에 이른다. 여기에 2대주주인 카카오뱅크와 그 경쟁사까지 포함할 경우 보험을 제외한 전 금융권이 이해관계에 포함된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의 지분 26.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고 후보자도 2015년 11월 당시 카카오뱅크와 그 경쟁사의 예비허가 안건에 대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회피했다"고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한 바 있다. 금융위원장으로서 금융회사 인허가는 물론이고 검사결과에 제재 등 금융감독 전반에 대해 배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소속 강민국 의원은 청문회 질의에서 "한투금융그룹과 관련된 회사가 자회사 8개, 손자회사 29개, 증손회사 9개 등 125개이며, 금융위에 이들 회사와 관련되는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위원장이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투금융지주 또는 그 자회사가 지분을 얼마나 보유해야 '한투 관련 안건'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에 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향후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김수현기자 ksh@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