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두려워하는 韓 여성..성범죄 처벌 '몸통' 건드려야"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공중화장실 갈 때 얼굴 가려야 하는 울분"
젠더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 여성 대상 범죄 대책에서 시대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디지털 영역의 성범죄가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처벌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30 청년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좌담회에 참석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대중화) 과정 이면에는 많은 여성 청년들의 온라인에 대한 불안과 폭력성에 대한 울분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심각할 때는 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꺼려했고 얼굴을 가리고 가기도 했다"며 "같은 여성이어도 윗세대 분들은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거 세대와 다른 젠더 폭력이 일상화된 것이다.
신 대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이나 신분이 성적 대상화가 돼 온라인에 계속 떠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호소하고 국가와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설사 가해자를 처벌하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 촬영물 등을 유통시켜 범죄를 저지른 양진호씨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그가 유통시킨 영상물은 여전히 온라인에 남아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도 비슷하다. 신 대표는 "과거 오프라인에서 여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여성들이 인간으로 대접받기 위해 싸운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디지털성범죄 처벌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로 손정우 사건이 꼽힌다. 미국 검찰은 2020년 온라인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대한민국 법무부에 요청했다. 당시 아동 음란물 촬영 및 유포에 대한 형량은 한국에서는 최대 징역 5년이었으나 미국에서는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었다. 손씨는 대한민국에서 처벌을 받겠다며 송환을 거부했고 법원은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장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법조계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올리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법체계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다음 대선에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등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성희롱과 혐오에 대한 처벌도 허술한 구멍이다. 신 대표는 "댓글 등을 통한 사이버 비방이 온라인에서 굉장히 만연한데 잘 처벌이 안 된다"며 "해외에서는 혐오표현에 성별, 성적지향에 대한 모독 등이 포함됐는데 최근 프랑스에서도 형법으로 (혐오표현을) 처벌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범죄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수법도 발전했으나 법체계가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나라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속도가 유독 느리다는 비판이다.
신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강간도 비동의 강간죄로 개정이 필요하다"며 "여성의 저항 여부가 초점이 아니라 여성의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 형법상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바꾸는 것이 전세계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 문제는 지난해 총선 때 여야 모두가 공언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성범죄 처벌의)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고 특별법과 신법만 계속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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