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족 다 잡아라"..SK가 꺼내든 특별무기는 바로 '아마존'

홍성용 2021. 8. 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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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34]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만 물건을 노려봤던 바로 그 아마존 맞습니다. 이제 한 달에 4900원만 내면 아마존의 상품 수천만 개를 한국에서도 무료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해외직구족에게는 단연 희소식입니다. 번거로웠던 일명 '배대지', 배송대행지를 거치지 않고도 아마존의 상품을 SK텔레콤이 안전하게 집까지 가져다주겠다는 것이죠.

해외직구족이 아니라고 해도 SK텔레콤의 쇼핑 자회사 11번가의 약진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쿠팡의 미국 상장에 이어 네이버와 이마트의 합종연횡,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천재지변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과연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요? SK가 꺼내든 특별무기, 아마존과의 연합전선을 오늘은 파헤쳐보겠습니다.

한 달 4900원 구독 모델로 '아마존 무료 배송'

사진=매경DB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신규 구독 서비스 'T우주'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31일부터 시작되는 서비스인데, 핵심 서비스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을 공식 천명했습니다. SK텔레콤의 쇼핑 자회사 11번가의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SK텔레콤이 발표한 구독서비스 멤버십은 두 개입니다. '우주패스 all(월 9900원)'과 '우주패스 mini(월 4900원)'인데요. 둘 중 하나에 가입하면 아마존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가구나 카펫 등 부피나 무게 기준 제한은 있습니다.

4900원이라는 가격은 아마도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 가격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일단 가격이 비싸면 멤버십에 가입할 유인이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아마존의 표어대로 미국 아마존(Amazon US)이 직접 매입한 상품의 거의 대부분을 판매합니다. 품목만 수천만 개에 달하고요.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16만개는 '특별 셀렉션'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구매 후 평균 6~10일 이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 셀렉션의 경우 4~6일 동안 배송 완료가 목표고요. 무료 배송이지만 관세법에 따라 구매금액이 200달러(약 23만원 상당) 이상인 경우에는 관세나 부가세가 있긴 합니다.

특히 우주패스 구독모델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무료 배송은 기간 한정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완료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구매금액이 2만8000원 이상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한 번도 해외직구를 이용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11번가를 통해 이용해 볼 만합니다.

대체로 해외직구를 망설이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고민해왔거든요. 첫째로,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 둘째로, 영어 기반으로 상품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셋째로, 안전하게 물건이 배송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죠. 하지만 11번가라는 믿을 만한 회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이제 세 가지 모두를 갖추게 되는 겁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상품 검색과 정보 확인, 주문정보 입력, 결제 등 모든 환경이 11번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마련됩니다. 상품 정보와 미국 고객의 상품 후기에 대해서는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고요. 심지어 이미지에 새겨진 영문도 한글로 번역하는 기술까지 도입한다고 하네요.

아마존이 현지 사업자와 제휴해 해외에 진출한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유례가 없는 탓에 시장에서 이 모델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해외직구 모두 SK가 잡을까…해외직구 전문 플랫폼으로 재편?

사진=매경DB
아마존의 진출 소식만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한바탕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일단 11번가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4위 수준의 사업자입니다. 네이버(17%)와 쿠팡(14%), 이베이코리아(12%)에 이은 4위죠. 물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 쇼핑도 9% 점유율 수준을 기록했다는 통계도 있기 때문에, 상위 5등 안에는 든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해외직구 플랫폼을 만든 게 11번가가 처음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닙니다. 이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 굵직한 세계 쇼핑 행사를 챙기기 위한 국내 플랫폼들이 있습니다.

먼저 쿠팡이 이미 '로켓직구'로 직구 취급 품목을 선보이고 있죠. 현재 4~6일 이내에 아마존 상품을 배달받을 수 있고요. 지난 3월부터는 미국에 한정됐던 직구 취급 품목을 중국까지 넓혔습니다.

이마트가 인수를 진행 중인 이베이코리아도 회사의 'G9' 서비스를 해외직구 특화 쇼핑몰로 정하고 서비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직구 상품을 전체 품목의 과반수 이상으로 늘리고, 직구 상품군 국가도 늘려 나갈 계획이죠.

그럼 뭐가 더 나은 것이냐고요? 일단 SK텔레콤이 대대적으로 구독 상품으로 띄우는 것만으로 이전에 해외직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 뛰어들 유인을 제공합니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가입자 수만 2404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의 고객들 모두에게 대대적인 구독 상품을 홍보할 수 있죠.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인 45%가 사용하는 통신사이니, SK텔레콤의 신규 혜택으로 11번가의 쇼핑과 엮어낼 방법을 고민할 겁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게 집 앞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똑같이 느껴지도록 할테고요.

해외직구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쇼핑 시장은 한정된 고객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시장이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과 중국을 넘어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직구는 11번가에서 통한다'는 형태로 유럽과 남미, 기타 아시아 지역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겁니다. 고객들의 관심은 더욱 다양화하고, 개인화하기 때문에 이전에 보지 못한 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충분히 승기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의 힘을 빌어 11번가는 로켓직구나 G9보다 더 빠르게 속도전을 벌일 수 있고요.

페이시장도 재편할까...SK페이 떠오르나

이상호 11번가 사장이 25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마존 구독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11번가]
SK텔레콤의 SK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의 새로운 돌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SK페이를 포함한 모든 결제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열어뒀지만, SK페이를 사용할 때 더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비스하면 아직 업계에서 존재감이 부족한 SK페이도 확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이죠. 우주패스 미니 구독모델은 월 4900원에 11번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 SK페이 포인트와 아마존 무료 배송 혜택 및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여기서도 SK텔레콤의 고객 혜택 방식을 차용할 수 있습니다. T모바일의 VIP 고객에게는 아마존 품목 할인 쿠폰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식으로요. 단, SK페이로 결제할 경우에만 가능하게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할인 혜택을 얻기 위해 직구를 노리는 직구족 마음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특히 SK페이는 카드뿐만 아니라 계좌를 통해 포인트를 충전하는 선불전자지급 방식이라는 점도 이용자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해외 겸용 카드는 신용카드라서 미성년자는 발급받을 수 없었거든요. 체크카드와 계좌를 통한 결제까지 허용되는 선불전자지급 방식으로 SK페이 활용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늘 그렇듯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합종연횡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고요. 할인 혜택도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겁니다. 소비자 트래픽을 최대한으로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바로 그 시점 주변이 가장 큰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지죠. 11번가와 아마존의 연합전선도 초창기 서비스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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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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