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아이가 혼자 울지 않게 해주는 것"
아이들에게 미안할수록 입양 포기 말아야
일 때문에 만난 분이 자녀를 입양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이 있다. 봉사활동에서 만난 아이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려 입양을 했는데, 한 아이를 입양하고 보니 다른 아이도 마음에 걸려 연달아 입양을 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나이 들어 경제력이 없어지더라도 아이들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아이는 잘 지내요. 멍 자국은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녀 부딪힌 거예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는 아이 쇄골에 금이 가고 멍이 든 것에 대해 이같이 둘러댔다. 최초로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사흘 후 홀트의 요청으로 사진을 보내면서 멍이 든 모습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이다. 양부모는 언니와 노는 영상과 휴가 사진 등을 추가로 홀트에 보냈지만, 아이는 생후 16개월 만에 숨졌다.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겉보기엔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입양 가족의 삶은 참 달랐다. 한쪽의 결과는 처참했다. 재판부는 정인이의 사망 원인이 된 장간막·췌장 파열이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피고인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강한 충격을 가한 결과라며 살인죄를 인정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동학대였지만 양부모가 입양한 아이만을 학대했다는 점에서 입양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정인이의 죽음에 많은 부모가 슬퍼하고 애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내가 입양할걸, 내가 주변에 관심을 더 기울일걸…' 등 자조와 반성이 뒤섞여 한동안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거웠다.
정인이 사건 이후 계획했던 입양을 포기한 부부도 적지 않다. 사회적 편견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두 아이를 입양한 배우 신애라 씨는 그럴수록 더 입양하라고 말한다. 신애라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건이 또 생기지 않도록 포기하지 말고 입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입양을 포기해서 한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그때마다 계속 미안해 하기만 할 것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선한 의지만으로 덜컥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입양은 아이가 필요한 가정에 아이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를 연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양 가족을 지원하는 이설아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사회에 대한 기여나 선한 의지만으로 입양을 해서는 안 된다. 입양은 후원자가 아니라 부모가 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왜 입양을 하려는지 입양 동기를 성찰해보고, 아이가 나와 맞지 않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있을 때 입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세 아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산고보다 더한 진통을 겪으며 한 가족을 이뤘다. 아이가 낳아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통곡할 때 아이를 붙잡고 함께 울며 비로소 아이와 진짜 연결됐다는 그는 "입양은 아이가 혼자 울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10명 중 8명은 부모에 의해 학대당하고 있었다. 피해아동 발견율은 3.81%에 불과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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