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아름다운 석회동굴은 지하수가 깎아 만든 작품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2021. 8.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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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동굴 대광장에 자라고 있는 종유석, 석순과 석주들. 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지질학에서 ‘동굴’은 지하에 자연적으로 생긴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곳을 말합니다. 따라서 토끼가 판 굴이나 사람이 파놓은 터널은 동굴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동굴에는 언제나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완전히 깜깜한 곳이 있어야만 합니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 비를 피할 수 있지만 빛이 들어오는 바위 그늘은 동굴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빛이 들지 않고 외부의 기상 현상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동굴 내부 기온은 그 지역의 연평균 온도로 유지됩니다. 한국의 동굴은 평균 온도가 보통 10~15도를 유지합니다. 

추운 기후대에는 항상 얼음이 언 동굴도 있다. 유럽 슬로바키아에 있는 얼음동굴. 우경식 제공

동굴은 암석의 종류와 만들어지는 방법에 따라 분류합니다. 석회암, 사암, 바닷물이 증발해 만들어지는 석고 등 동굴이 생성된 암석의 종류에 따라 석회동굴, 사암동굴, 석고동굴이라 부릅니다.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 깎여 만들어지면 해식동굴, 화산폭발로 용암이 흐른 통로에 만들어지면 용암동굴이라 합니다.

한국에는 석회암 지형이 많은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석회동굴이 많습니다. 강원도 삼척의 환선굴, 충청북도 단양의 고수동굴이 그 중 유명합니다.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제주도에는 용암동굴이 많습니다. 만장굴과 협재-쌍룡굴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한에는 모두 몇 개의 동굴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만 전국에 무려 1500개에 이릅니다. 필자는 그중 절반 정도인 700여 개를 탐사했습니다. 

스페인의 석고동굴. 석고라는 암석 광물 내에 만들어졌다. 석고는 석회암보다 빗물에 잘 녹아 동굴이 더 쉽게 만들어진다. 우경식 제공

○ 석회동굴, 지하수가 오랜 시간 공들여 조각한 작품

지난 7월 찾아간 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백룡동굴은 석회동굴입니다. 석회암은 약산성인 빗물에 녹습니다. 지표에서 녹기도 하지만, 땅속에서도 녹습니다.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 때문입니다. 지하수가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의 경계를 ‘지하수면’이라 부릅니다. 땅을 파다 보면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깊이가 바로 지하수면입니다.

특히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면 땅속에 ‘공동’이 생깁니다. 지하수로 채워진 공간입니다. 그런데 지각운동의 영향으로 산이 천천히 높아지거나 침식이 일어나면 지하수면의 높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면이 내려가면 공동을 채우던 물이 빠지고,  빈 곳을 흐르던 물이 침식해 동굴의 폭이 점점 커지고 넓어집니다. 이렇게 형성된 동굴의 입구가 발견되면 석회동굴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 발밑에 지금도 드러나지 않은 동굴이 잠자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강원도 영월의 연하굴 천장에서 자라는 수많은 종유석. 우경식 제공

석회동굴 여기저기에는 신기하게 생긴 돌덩어리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을 ‘동굴생성물’이라 부릅니다. 동굴을 흐르는 지하수는 땅속을 거치면서 많은 석회 성분(탄산칼슘)이 녹아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런 지하수가 동굴의 천장에서 물방울로 떨어지거나 벽면이나 바닥을 흐르면 탄산염 광물이 자랍니다. 바닷물을 끓이면 소금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탄산염 광물은 위치와 조건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천천히 자랍니다. 천장에 물이 맺혀 있는 곳에는 종유관이 자라는데,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더 많이 떨어지게 되면 종유석이 됩니다.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바닥에서는 석순이 자랍니다. 종유석과 석순이 점점 크게 자라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만나면 기둥 모양의 형태가 됩니다. 이를 '석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조건에 따라 커튼,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만들어집니다.

동굴생성물은 환경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겨우 30cm 높이의 석순이 1000년에 걸쳐 자라기도 하고, 50만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대부분 동굴생성물의 나이는 수백만 년을 넘지 않을 거로 추측합니다. 엄청나게 오랜 세월 같지만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에게 이 정도 기간은 불과 며칠간 벌어진 일에 불과해 보입니다. 

석화. 우경식 제공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8월 15일자, [파고캐고 지질학자] 아름다운 석회동굴은 지하수가 깎아 만든 작품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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