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한 인물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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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할 정도로 보기 드문 갈매나무는 큰 나무가 아니다.
중 키의 나무가 땅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린다.
수만 가지 뿌리와 벌레와 돌멩이로 얽혀 있는 땅속 같은 시대를 걸어온 인물들은 불의와 타협을 거부하면서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야 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시인부터 소설가, 사상가 등 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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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할 정도로 보기 드문 갈매나무는 큰 나무가 아니다. 중 키의 나무가 땅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린다. 뿌리는 최대한 정제된 물을 찾기 위해 수만 가지 뿌리들, 벌레들, 돌멩이들이 어우러져 있는 땅속으로 뻗어내리며 고행을 감행한다. 그래야 맑은 물을 빨아올려 청정한 진초록 잎을 피워내고, 투명하게 빛나는 새까만 열매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갈매나무처럼 깊은 샘의 정갈한 물을 얻기 위해 어지러운 바람 속을 헤치며 고난의 길을 가는 이들이 있다.
수만 가지 뿌리와 벌레와 돌멩이로 얽혀 있는 땅속 같은 시대를 걸어온 인물들은 불의와 타협을 거부하면서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야 했다. 문학과 철학과 사상으로 당면한 시대의 불합리한 것들을 응시하면서 투명하게 빛나는 새까만 열매, 갈매나무 열매처럼 고결하고 심오한 사유를 남길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시인부터 소설가, 사상가 등 시대를 통찰하고 사유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호명한다. 평론가 김현을 비롯해 시인 이재무, 박송죽, 김두만, 에세이스트 겸 소설가 최화수, 소설가 옥태권, 신라 후기 최고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 조선 후기의 인물 추사 김정희, 16세기 자유와 평등주의 사상가 몽테뉴,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다. 질풍노도의 시대를 절망과 고독으로 살아온 그들의 삶과 사유를 새롭고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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