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순식간에 수도가 함락됐다. 여기저기 총성이 들리고 화염도 보인다.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같은 민족인데, 서로 믿는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간인에게 총을 쏘고 무자비한 전쟁을 일으켰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다 할 생각이다. 전쟁의 참상에서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것이다. 저 바다 건너에선 그럴 수 있다. 이곳을 떠나야겠다. 나는 불가하다면 내 자식만이라도."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피난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난민은 맞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71년 전 1950년, 한국전쟁 때의 우리나라 이야기죠. 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 대한민국. 우리나라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여기저기가 시끌벅적합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난민의 나라, 대한민국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부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본격적으로 난민을 수용했어요. 그리고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죠. 난민으로 전 세계의 도움을 받던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먼저 난민을 위한 법을 제정한 겁니다. 2013년부터 난민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들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과 비교해보면, 당시 난민 신청이 단 5명인데 2018년엔 그 수가 1만 6천173명으로 무려 3천 배 넘게 증가했거든요. 2019년부터는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난민으로 신청했다고 해서 다 난민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받고 나서야 그중에 일부만 난민으로 인정을 받게 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로 인정받는 경우는 신청자의 2.8% 수준입니다. 100명이 심사를 받으면 3명만 난민으로 인정받는 건데, 2018년부터는 그마저도 감소하고 있어요. 위의 그래픽을 봐볼까요? 2014년엔 1천574명이 심사를 받으면 6%인 94명은 난민으로 인정됐지만, 올해는 5천370명이 심사를 받아서 28명만 난민으로 인정됐습니다. 그 비율이 0.5%입니다. 전 세계 난민 인정 비율이 20% 후반에서 30% 초반이라고 하니 엄청난 격차인 거죠.
난민의 나라, 아프가니스탄
막대한 예산이 밑 빠진 독 마냥 계속해서 들어가고, 이어지는 교전으로 사상자가 나오면서 미국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어요. 오바마 정부도 그랬고,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였죠.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9월 11일까지 모든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7월 2일 미군이 완전 철수하자, 순식간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버립니다. 8월 15일,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 탈레반에 항복하게 됩니다. 탈레반을 막아주던 미국과 정부가 사라지자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대탈출이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아프간 난민들
주한미군 주둔지에 난민을 수용하려던 계획은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습니다. 미국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난민을 수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거든요. 대신 우리나라는 따로 아프가니스탄 인력 391명을 "특별공로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발표했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한국군을 도왔던 인력과 아프간 재건 임무에 참여한 의료인력, 기술자, 통역을 담당했던 공로를 인정한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끊이질 않고 있어요. 주한 미군 수용 상황이 처음으로 전해지자 국내 여론은 시끌시끌해졌죠. 난민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청원에 찬성하는 인원이 2만 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국민청원 글에는 "아프간인들의 종교는 한국인과 절대 어울려 살 수 없다"면서 난민을 반대했습니다. "난민들을 받는 순간 우리는 테러에 노출되기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시선을 우리가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까 크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현실을 말해드릴게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현재도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거든요. 한반도 유사 상황에 대한 일본의 대책에는 대한민국의 전쟁 난민을 선별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 이유는? 북한 공작원들이 피난민을 가장해 일본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죠.
우리는 그들을 반대할 수 있을까?
일부 선진국에서는 난민 신청제도를 고도화해서 난민의 유입을 줄이는 방법도 쓰고 있어요. 애초에 신청 자체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서 난민 신청자를 줄이는 거죠. 통과하기 어려운 난민 심사 제도를 만들어주고 그 행정 절차만 기계적으로 준수될 뿐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한 인도주의적 관점의 철학은 사실상 녹아 없어졌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그 지적은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법무부에서 발표한 난민법 개정안은 난민 재신청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거든요. UN을 비롯해 국내외 시민단체는 모두 난민 신청자의 권리를 크게 제약한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죠.
모로코, 아이티, 에콰도르,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룩셈부르크 등 무려 67개국이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손을 걷었습니다. 인류의 역사 중 가장 많은 국가가 단 하나의 국가를 돕기 위해 지원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거든요. 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기도 해요. 한국전쟁 직후 한국 재건을 위해 만들어진 운크라와 비슷한 시기에 팔레스타인에서도 UNRWA라는 난민 구호기구가 생겼어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난민을 돕고 재건을 도와주는 목적이었죠. 이 기구는 2021년 현재에도 활동 중입니다. 그 사이 우리는 G7에 초청됐고, 선진국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전 세계의 손길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모르는 일이었겠죠.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이타적 수혜를 받은 우리나라가, 어쩌면 세상 어느 나라보다 난민에게 배타적 시선을 보이는 건 아닌가 싶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난민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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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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