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규정 어긴 KFA 수뇌부..누가 믿을 수 있겠나? [남장현의 피버피치]

남장현 기자 2021. 8. 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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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한축구협회(KFA)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표현이 있었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정몽규 KFA 회장은 확 달라진 축구계를 예고했고, 참신한 인재들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거치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로 서서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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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과거 대한축구협회(KFA)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표현이 있었다. ‘밀실 행정’ 그리고 ‘회전문 인사’ 등이다. 좁은 판에서 내 편, 네 편으로 쪼개져 다툼을 벌이는 축구인의 모습은 참 한심했다.

그래도 항상 똑같진 않았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기점으로 정몽규 KFA 회장은 확 달라진 축구계를 예고했고, 참신한 인재들이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거치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로 서서히 바뀌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17세 이하(U-17) 월드컵 8강,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의 달달한 결실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 초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정 회장이 3선 임기를 시작하고 K리그1(1부)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전무가 떠난 이후부터다. 이용수 부회장과 박경훈 전무,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 등을 중심으로 새 집행부가 꾸려졌다.

이 과정에서 홍 전무 시절, 개혁 시스템의 중심에 섰던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이 부회장 직함을 내려놓았다. 김 위원장의 권한 축소에 대한 의문이 시작된 계기다. 집행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KFA 외부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은 “누가 봐도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배경은 8강 진출이란 ‘절반의 성공’에 그친 도쿄올림픽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3년 간 동고동락한 조력자 없이 외로운 싸움을 했다. 올림픽대표팀 단장을 황보 본부장이 맡아 빚어진 사태다. 또 주요 대회마다 동행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던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 위원도 도쿄 현장을 찾지 않았다.

KFA는 “올림픽 특성상 대회 출입증(AD카드)이 부족해 선수단 행정 전반과 기술적 사항에 대한 업무 능력이 요구된 상황이었다.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 출전과 행정 경험을 지닌 황보 본부장이 적임자라 판단했다. TSG 위원도 출입증 문제로 파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KFA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스스로 규정을 어겼다. KFA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제12조 4항에는 ‘협회는 필요하다 판단되면 각급 대표단에 단장을 선임한다. 단장은 협회 임원 중에서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장으로서 덕망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야인에 가까운 김 위원장이 현역 시절 월드컵 커리어가 없고 황보 본부장이 얼마나 탁월한 능력을 갖췄는지는 모르지만 임원은 아니다. KFA 조직도에 따르면 임원은 ▲회장·부회장 ▲전무·분과위원장 ▲이사를 의미한다. 임원을 선임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배경이라도 공개했어야 했다.

결국 이 결정을 내린 협회 수뇌부는 규정을 어긴 셈이다. 명쾌한 잘못이 파악된 만큼 이를 해명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어떠한 조직도 그들의 규칙이 깨진 사태를 덮고 넘어가지 않는다. 그저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복지부동하는 태도는 한국축구를 관장하는 조직의 모습이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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