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엑스칼리버..스케일 크고 웅장하지만 영웅 서사는 '삐그덕'

이향휘 2021. 8. 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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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검 뽑은 아더왕 이야기
기네비어-랜슬럿 불륜에
마법사와 이복누이 서사까지
선택과 집중 아쉬워
블록버스터 뮤지컬 `엑스칼리버`에 아더왕으로 분한 김준수.
아주 오래 전부터 모두가 빠져드는 영웅 이야기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 고귀한 혈통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버림을 받았거나 자신의 진짜 신분을 모른 채 성장한다. 그러다 은인을 만나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되고 악당과 싸운다. 몇번의 고비가 있지만 결국 승리를 쟁취해 불멸의 전설이 된다.

6세기 인물인 영국 아더왕 역시 이러한 영웅 서사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원탁의 삼총사' '캐멀롯의 전설' 등 그간 수많은 영화와 만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에 단골로 등장했다.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엑스칼리버' 역시 바위에 꽂힌 전설적 검을 뽑는 아더왕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직접 제작한 창작 뮤지컬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가로 참여해 드라마틱한 웅장함을 보여준다.

영웅 서사의 공식 그대로 아더는 왕의 서자라는 자신의 출신을 모른 채 양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마법사 '멀린'의 등장으로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고 왕의 직계혈통만 다룰 수 있는 엑스칼리버를 뽑게 된다. 당시는 피의 전쟁이 벌어지는 살벌한 시대였다. 영국 켈트족은 색슨족의 침입에 벌벌 떠는 형국이었다. 이 와중에 아더의 이복누이이자 멀린을 사랑하는 '모르가나'가 복수를 맹세하고 그를 손안에 쥔 색슨족의 왕 '울프스탄'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이 얘기까지만 해도 180분 안에 소화하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서사가 끼어든다. 그 유명한 랜슬럿과 기네비어의 로맨스다. 기사이자 아더의 절친인 랜슬럿과 아더의 아내인 기네비어의 불륜 얘기다.

이 불륜행각은 결국 아더에게 발각되기에 이른다. 주인공에 배우자 불륜이라는 시련을 던져주니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극의 모양새가 조금 어색하다. 랜슬럿과 기네비어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던가, 아니면 아더와 악당과의 대결에 좀더 힘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2019년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연출가 권은아는 "모든 장면의 매순간을 재점검했고, 과감하게 줄이거나 삭제 또는 수정했다"며 "아더의 여정을 더욱 강조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이가 결국 시대의 소명을 깨닫고 온갖 시련에도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다만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있었던 건 왕의 혈통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지금 현대인으로부터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각 개성이 넘친다. 신비로운 매력을 내뿜는 마법사 멀린, 다정다감한 랜슬럿, 씩씩한 여전사 기네비어, 복수의 화신 모르가나 등 떼어놓고 보면 매력적이지만 붙여놓고 보니 이들의 합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는 못한다. 공연은 11월 17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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