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동의 10%받은 곳까지 사전청약 포함..'희망고문' 여전

2021. 8. 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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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10.1만가구 추가 불구
민간분양에 2·4대책 후보지도
동의 10%~50% 받은 1만가구
민간참여 전제로 한 공급물량
"내년 사전청약 시 5년 뒤 입주"
"예약시점 앞당겨 기대감만 높여"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신규택지 사전청약 접수처의 모습 [연합]

정부가 ‘패닉바잉’(공황매수)을 잠재우기 위해 대규모 사전청약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 역시 상당수는 민간의 참여를 전제로 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쯤 지어질지 알 수 없는 주택의 예약시점만 앞당겨놓은 탓에 무주택자에겐 이 자체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25일 발표한 ‘공공택지 사전청약 확대방안’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8만7000가구)과 2·4 대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주거재생혁신지구(1만4000가구) 등에서 나오는 공급물량을 당초보다 2~3년 앞당겨 사전청약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공공분양 물량(6만2000가구)을 합하면, 총 16만3000가구가 사전청약 물량으로 시장에 풀리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한 달 넘게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헌 집을 비싼 값에 구매하지 말고, 새집을 저렴한 가격에 선 구매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영끌’을 통해 사전청약 대상과 물량을 대폭 늘려놨으나 앞선 공급대책과 마찬가지로 희망사항을 다수 반영해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에는 2·4 대책 후보지에서도 사전청약 물량 1만4000가구가 나온다. 당장 내년 하반기 4000가구가 사전청약에 들어간다. 정부는 은평구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불광근린공원 등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지구지정 요건(주민동의 3분의 2)을 충족한 13곳을 중심으로 물량을 뽑아낸다는 계획이다. 나머지는 주민동의 10~50%를 받은 21곳 등에서 2023년까지 1만가구를 추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공모 등을 통해 주민 동의율을 많이 높여서 들어오는 새로운 후보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2022년의 물량은 일단 계획된 물량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 주택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업 추진이 확실해져야 한다. 아직 단 1곳도 본 지구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청약 물량부터 빼놓은 것은 사실상 ‘상상공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간에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체돼 사전청약 신청자들이 예상한 본 청약 일정이 흔들리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민 동의율이 50%를 넘어도 이들이 보유한 토지가 전체 사업지의 20%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면서 “2·4 대책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사전청약은 무리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봤다.

정부가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의 사전청약 물량으로 제시한 8만7000가구도 공급 상한(85%), 기대참여율(50%) 등을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택지의 85%(7만5000가구)가 팔리고, 매각된 후 내년 4월부터 토지이용이 가능한 부지의 85% 중 절반(1만2000가구)이 사전청약에 참여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수치다.

국토부는 산출 근거에 대해 택지 공급 인센티브 등이 업계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나름대로 중립적·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사전청약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수요자에겐 기약 없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사전청약자는 본 청약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지어질지도 모르는 집을 두고 대기하면서 전·월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사전청약하는 물량은 5년 뒤 입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등은 소송과 사업지연의 변수도 있는 만큼 유연한 사전청약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 사전청약은 처음 실시되는 만큼 착공 이전 공급에 대한 예비 청약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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