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人열전]⑤ "인테리어는 빼고 또 빼는 비움의 결정체".. 김종민 대우건설 과장

김송이 기자 2021. 8. 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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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껏 내 집을 꾸미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이런 취향을 고루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죠. 하지만 고객이 맘껏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토대는 마련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알파룸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어요. 최근 실내 인테리어 트렌드가 알파룸이었죠.”

김종민(사진)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브랜드상품전략팀 과장은 지난 10년간 대우건설이 짓는 ‘푸르지오’와 ‘푸르지오써밋’ 아파트의 실내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했다. 그에게 최근 실내 인테리어의 화두를 물었더니 지체없이 ‘알파룸’이란 답이 나왔다.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푸르지오써밋'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김종민 주택사업본부 브랜드상품전략팀 과장 / 대우건설

알파룸은 입주민이 자유자재로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 방으로, 서재로, 부엌 팬트리(저장공간)로 사용자마다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간을 취향껏 바꾸는 것이 왜 중요할까. 집은 가장 편안해야하는 곳이라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입주민 개개인의 모습에 가장 맞는 형태로 꾸며져야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안 됐다. 그게 알파룸으로 가능한 것인지. 그냥 방마다 다르게 꾸미면 되는 건 아닌지 재차 물었다.

“최근 알파룸을 짜넣는데 가장 공들인 아파트가 과천푸르지오써밋이예요. 가보시면 집마다 분위기가 아주 다릅니다.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집은 알파룸에 투명 슬라이드 문을 달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요. 아이가 어린 집은 분홍 벽지에 풍선 조명을 달고 놀이방을 만들었어요. 어떤 집은 부엌 팬트리로 식자재가 빼곡하게 정리돼 있어요. 요리가 취미라거나 업인 사람이겠죠?”

그는 최근 다음 단계의 실내 인테리어를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엔 ‘빛’이 화두라고 한다. 단순히 채광 좋은 집을 만들려고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빛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고급화를 시도한다는 뜻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 브랜드전략과 실내 인테리어는 다른 개념 아닌가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건설회사의 실내 인테리어 담당자는 디자이너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안목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소비자 취향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이다.

소비자의 취향을 확인하고, 회사의 다른 부서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한다. 평면을 어떻게 짤 지, 벽지는 어떻게 할 지, 아트월은 무엇으로 할 지. 소비자들의 피드백은 어땠는지, 해당 부서에서는 어떤 부분에서 난색을 표하는 지를 모두 취합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가장 좋은 집을 구현해 나간다.”

― 요즘 시대에 가장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획일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의 욕구를 모두 맞출 수 없는 게 공동주택 인테리어의 특징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취향이 돋보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게 요즘 시대에 가장 좋은 공동주택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벽에 건다고 가정해보자. 그림과 사진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취향을 두드러지게 하려면 벽지나 몰딩에는 최대한 힘을 빼야 한다. 색깔이나 패턴이 강하지 않아야 한다. 패턴이 거의 없는 벽지,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운 벽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게 참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 고객 취향을 두루 맞추기가 어려운 일일텐데

“예전보다는 좀 나은 거 같다. 예전 인테리어는 ‘스타일’에 집중했다. 화려한 몰딩 장식과 과감한 색채, 패턴이 강한 벽지 등의 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것을 선호했다. 그 스타일은 획일적이었다. 공동주택이니까. 2008년쯤 지어진 아파트를 보면 어딘가 한 곳에 포인트가 돼있다. 화장실 타일에 있건, 아트월에 있건.

하지만 요즘은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공간 자체를 변형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가 그렇다. 몇몇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를 보면 예전처럼 벽지 도배, 타일 갈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없던 화장실을 만들고 방을 만든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됐다. 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공용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과 동시에 개인공간을 적정하게 구획해주는 게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래서 우리는 주방을 압축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주방 작업대가 거실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히든 주방’으로 구성했다. 작업대가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주방과 거실이 맞닿은 곳에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이 공간은 입주민들 필요에 따라 식사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재택 근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용도에 따라 입주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알파룸은 평면 개선을 통해서 가능하다. 보통 전용면적 84㎡ 평면을 보면 방이 3개 밖에 없다. 알파룸을 만들면 방이 4개가 된다. 그만큼 쓰임새가 다양해진다. 평면개선의 다른 말은 아파트의 평면 설계상 남는 자투리 공간을 모은다는 뜻이다. 버리는 공간을 줄이고 또 줄인다.

여기서 역량이 발휘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방이나 거실 사이의 덤 같던 공간을 줄여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형 팬트리나 장식장을 넣을 수도 있고, 서재, 홈카페 등의 공간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이렇게 꾸민 공간을 종종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보면 그렇게 뿌듯하다. 자연스럽게 SNS에서 푸르지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에 모두 좋아요를 누르는 습관도 생겼다.”

작년 초 입주를 시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 단지의 로비 전경 / 대우건설
채광이 좋은 안방 테라스를 입주인 취향 대로 꾸밀 수 있도록 한 '그린라이프 테라스'의 모습 / 대우건설
주방 작업 공간이 압축적으로 설계됨에 따라 주방과 거실 사이에 추가 공간이 확보된 '히든주방' 모습 / 대우건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 이상 평형에 모두 적용된 '알파룸.' 입주민은 원하는 대로 알파룸의 용도를 바꿀 수 있다. / 대우건설
작년 초 입주를 시작한 과천푸르지오써밋 거실 모습. 대우건설 프리미엄 주택브랜드 '써밋'이 적용된 만큼 천연 소재로 된 마감재가 사용됐다. / 대우건설

― 최근 실내 인테리어에 적용한 새로운 아이템이 있다면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고안해낸 게 안방의 ‘그린라이프 테라스’다.

안방은 한국 주거 문화에서 가장 채광이 좋은 곳이다. 그 좋은 자리를 그동안 에어컨 실외기나 빨래 건조대, 세탁기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것들을 채광이 안 좋은 공간으로 옮기고, 안방 테라스 공간이 개인 취미 공간으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했다.

‘그린(green)’이라는 단어도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확장된 테라스 공간에서 입주민들이 식물 등을 기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의미고, 다음은 입주민들이 햇살과 바람 등을 느끼며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다. 대우건설의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써밋’이 적용된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인테리어는 반짝이는 화려함보다는 단순한 고급스러움에 가깝다. 단순한 고급스러움을 구현해 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비움의 미학을 보여줘야 하니까. 빼고 또 빼고 또 빼는 작업의 결정체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에는 기존 단지보다 천연 자재를 더 많이 사용했다. 기존 단지에서는 바닥과 아트월이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됐다. 천연자재는 공정이 더 까다롭다. 그만큼 가공처리를 더 많이 해야 하니까.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으니 공정이 지연되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완성됐을 때는 반응이 그만큼 좋았다.

라운지 공간의 조명, 쇼파, 카펫에까지 신경을 썼다. 선이 간결한 쇼파를 배치했다. 사전점검을 하던 날,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평가를 봤더니 ‘집을 지으랬더니 호텔을 지어놨다’고 댓글이 달렸다. 그 댓글을 보니 공동주택의 기준을 한 번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 다음에 인테리어에 적용될 것은 무엇인가

“‘푸르지오 에디션 2022’를 준비하고 있다. 푸르지오 브랜드를 달고 지어질 아파트의 내일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커뮤니티, 조경, 기계, 전기상품의 집약체를 서울 대치동 써밋 갤러리에 구현하고 있다.

이번엔 ‘빛’을 다채롭게 하는 데 힘썼다. 빛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수준 높은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이제 단순하게 마감재를 달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 빛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직부등. 말이 좀 어려운데, 천장이나 벽에 밀착해 설치한 전등이란 뜻이다. 조명대에 조명을 매달지 않으면 훨씬 더 공간이 깔끔해진다. 또 간접적인 조명으로 광원을 가리고 빛은 노출되게 하면 분위기가 훨씬 깊어진다.

이 원리를 다양하게 활용해보려고 한다. 완성되는 대로 써밋 갤러리에 공개할 예정이다. 빛으로 어떻게 집을 고급화할 수 있는지 한 눈에 이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테니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장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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