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자가 원정 수술 받지 않도록, 양지로 나온 젠더 의료

주하은 수습기자 2021. 8. 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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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40)의 가운에는 독특한 배지가 달려 있다.

황 교수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젠더클리닉 성형외과 담당의다.

황 교수가 젠더 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대생 시절이었다.

목젖 성형술, 유방 절제·확대 수술 등 성형외과는 젠더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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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40)의 가운에는 독특한 배지가 달려 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다. 날개 달린 지팡이를 뱀 두 마리가 나선형으로 타고 오르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의술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된다. 황 교수의 배지는 이 날개가 무지개색이다. 뱀과 지팡이는 흰색, 분홍색, 하늘색을 띠고 있다. 각각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황 교수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젠더클리닉 성형외과 담당의다. 올해 1월 안암병원에 젠더클리닉이 문을 열었다. 진료하는 환자들은 트랜스젠더와 간성(생식기나 성호르몬이 남녀 이분법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성 주체성 장애’를 호소하는 모든 사람이다. 호르몬 치료 등 내과적 치료와 생식기 재건 등 외과적 수술, 정신과 진단까지 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황 교수는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의 특징으로 ‘다학제 접근’을 꼽았다. 이곳 젠더클리닉에선 성형외과뿐 아니라 내분비내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비뇨기과 의료진이 ‘젠더 팀’을 이룬다.

젠더 의료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생식기 재건 수술을 받기 위해선 정신과 진단, 호르몬 치료 등 다양한 단계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환자 의지에 따라 낮은 단계의 의료행위만 받을 수도 있다.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황 교수가 젠더 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의대생 시절이었다. 우연히 트랜스젠더를 만난 이후 ‘이들을 위한 의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형외과를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목젖 성형술, 유방 절제·확대 수술 등 성형외과는 젠더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휴가를 이용해 ‘세계 트랜스젠더 보건의료 전문가협회(WPATH)’에서 2년마다 주최하는 학회에 다녀오고, 벨기에 겐트 대학 젠더클리닉에서 연수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젠더 의료를 실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익힌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공간이 없었다. “사실은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분들도 안 계셨죠.” 오래된 다짐이 희미해질 때쯤 박종훈 안암병원장과 윤을식 성형외과 과장이 젠더클리닉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시대정신에 맞는 의료라면 우리가 먼저 해보자”라며 황 교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젠더 의료는 주로 ‘음지’에서 이루어졌다.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타이로 원정 수술을 떠나기도 했다. 우리 환자를 우리 손으로 치료하는 것. 이 소박하지만 어려운 다짐이 황 교수의 목표다.

주하은 수습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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