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쿠자 현 두목에 첫 사형 선고.."더 이상 폭력단은 없다"

박은하 기자 2021. 8. 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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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의 폭력·살인 사건 연루된 '구도카이', 2인자엔 무기징역

[경향신문]

2014년 9월11일 이른 아침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의 한 대저택에 수사관 100여명이 들이닥쳤다. 기동대원들은 저택 주위를 겹겹이 둘러쌌다. 요미우리신문이 전한 폭력단(통칭 야쿠자) ‘구도카이’의 두목 노무라 사토루(74) 체포 풍경이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 경찰은 일반 시민과 경찰을 상대로 총격과 칼부림을 저지르는 것으로 악명 높은 구도카이 해체를 목표로 하는 수사에 돌입했다. 그리고 7년 만에 노무라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후쿠오카 지방법원은 24일 시민 4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노무라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구도카이 2인자 다노우에 후미오(65)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서 야쿠자 현 두목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1998~2014년 기타큐슈에서 일어난 4건의 폭력·살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 70대 수협 조합장, 구도카이를 담당하다 퇴직한 경찰, 40대 여성 간호사, 20대 남성 치과의사 등을 살해하거나 습격한 사건들이다.

법원은 구도카이 단원들이 저지른 이들 사건에 두목으로서 노무라의 법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일본의 철강산업 중심지 기타큐슈를 근거지로 활동해온 구도카이는 일본 경찰의 유일한 ‘특정위험지정폭력단’이다. 나이트클럽에 사제 수류탄을 던지는 등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행위로 악명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011년 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구도카이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기업인이나 시민을 상대로 한 습격 사건이 20건 발생했으며 대부분 미해결 사건이다. 노무라의 재판 도중에도 시민배심원이 보복이 두려워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노무라는 판결선고 직후 판사에게도 “이런 판결이 어딨느냐”며 “후회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폭력단을 몰아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의지는 점점 더 강해져왔다. 시민들은 추방운동모임을 결성해 상가마다 폭력단 출입금지 등의 푯말을 붙이기도 했다. 폭력단을 야쿠자로 부르며 일본의 전통이나 낭만적 집단으로 생각하는 의식을 바꾸자는 캠페인도 이어졌다.

이번 노무라 사형 선고는 폭력단 몰락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평가된다. 야쿠자로 불리는 폭력단은 에도시대 사설 경비집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몰락무사와 도시빈민 등을 수혈하며 몸집을 불렸고 고도성장기 각종 이권 등에 개입하면서 세를 키웠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안정되면서 야쿠자가 되려는 젊은이들도, 야쿠자의 돈벌이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들의 엄격한 서열문화도 젊은이를 밀어냈다고 평가된다.

일본 경시청에 따르면 1990년대 8만명이 넘었던 폭력단 조직원 수는 지난해 1만44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고령화도 심각해 폭력단원 평균 연령은 50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일본의 젊은 범죄자들은 또래들끼리 ‘한구레’로 불리는 집단을 결성한다. 아사히신문은 “폭력단을 그만둔 조직원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조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이번 판결이 폭력단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폭력단 배제와 이탈자에 대한 지원은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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