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하는 맨해튼 트럼프 타워.. 내부 식당·기념품점은 폐업
검찰, 트럼프재단 탈세 수사.. 재무책임자 구속 뒤 영업 중단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58층 호화 주상복합 빌딩 ‘트럼프 타워’ 앞. 연보라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백인 단체 관광객 15명이 경비원들과 2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미시시피에서 일부러 왔는데 들어가보게 해달라”고 했지만 경비는 “내부 수리 중이라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일이 트럼프 타워 앞에서 3개월째 벌어지고 있다.
기자가 “언제 다시 여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지만 다음 달”이란 답이 돌아왔다. 이들은 7월에도, 6월에도 “다음 달”이라고 했었다. 회전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니 을씨년스러웠다. 내부 식당과 주점, 기념품점 등은 폐업 상태다. 연초까지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도 사러 오는 등 성지 순례하듯 찾던 곳이다.
맨해튼 트럼프 타워는 전 세계 트럼프 부동산 제국의 심장이다. 트럼프가 1983년 세운 뒤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곳 펜트하우스에 살았고, 트럼프 재단 본부도 여기에 있다. 2015년 그가 거대한 실내 폭포를 배경으로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곳이며, 2016년 당선 뒤 외국 정상들을 불러 접견한 장소다. 여름 별장인 인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가 요즘도 주 1회씩은 찾는다고 한다.
이런 곳이 폐허처럼 된 것은 단지 내부 수리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가 ‘마녀 사냥’이라고 부르는 뉴욕주 검찰의 재단 탈세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더니, 지난달 ‘트럼프 금고지기’인 재무책임자까지 구속 기소되면서 영업이 올스톱됐다.
상가뿐만이 아니다. 230여 채의 트럼프 타워 콘도(미국 아파트)도 거래가 급감해 공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400만달러(46억원) 안팎이던 콘도 한 채가 올해 300만(35억원)~180만달러(21억원)까지 폭락했다. 최근 뉴욕 경제 재개로 맨해튼 주택 평균 거래가가 코로나 팬데믹 전보다 30% 이상 오른 것과 대비된다.
맨해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요즘 싸졌다니 사볼까’ 하는 고객들이 있어 콘도에 들어가봤는데, 너무 낡아 곰팡이 냄새가 났다. 층고도 신축 건물에 비해 3피트(90㎝)쯤 낮아 답답하더라”고 말했다. AP통신이 지난 15년간 미 전역의 트럼프 콘도 매매 4000여 건을 분석했더니 가격이 30~50% 꾸준히 떨어졌다고 한다. 뉴욕 정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쇠락하는 사업 브랜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라도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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