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들 들끓게 만든 '슈퍼밴드2' 크랙샷, 존재감 어땠기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8. 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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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과 메탈은 어떻게 '슈퍼밴드2'를 통해 재조명됐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건 분석이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JTBC 오디션 <슈퍼밴드2>에서 크랙샷의 윌리K, 빈센트, 대니리와 싸이언 대신 합류한 오은철이 재해석해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을 듣고 유희열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분석하고 심사하는 시간은 온전히 이들에 대한 상찬으로 이어졌다. 윤상은 깨어난 드라큐라를 보는 것만 같았다고 했고, 유희열은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 했다고 했다. 윤종신은 노래 제목을 따온 화답으로 "Oops! you did it again"이라고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

'Oops! I did it again'을 이들은 '시네마틱 록', '오페라 록'으로 재해석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곡과는 너무나 다른 다소 음산하지만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이 음악과 퍼포먼스 모두에 더해졌다. 특유의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고딕 록적인 느낌 또한 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 건 윌리K가 선택한 원픽 오은철의 제안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피아니스트이자 <팬텀싱어>가 배출한 포르테 디 콰트로의 콘서트 음악감독이기도 한 오은철은 특유의 클래시컬한 음악적 역량을 크랙샷의 록과 연결시켰다. 시네마틱 록으로 'Oops! I did it again'을 재해석한 건 그래서 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00점이 등장하는 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슈퍼밴드> 같은 저마다 놀라운 기량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줄줄이 출연하는 오디션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건 유희열의 말대로 분석 자체가 필요 없는, 모두를 즐기게 만든 무대였기에 가능한 점수다. 오은철의 광기 가득한 피아노 연주에 대니 리의 심장을 쿵쾅대게 하는 드럼 그리고 윌리K의 메탈 밴드의 맛을 살려주는 일렉 기타가 이 '시네마'의 밑그림을 깔아 주면 그 위로 드라큐라가 진짜 살아온 것 같은 연기까지 더해진 빈센트의 절규가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러니 분석이고 뭐고 무대에 빠져서 볼 수밖에.

<슈퍼밴드2>는 다양한 언더그라운드의 아티스트들을 발견하게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크랙샷에 대한 열광은 남다르다. 2013년에 결성된 글램 메탈 밴드로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들이다. 빈센트와 윌리K가 각각 1987년, 1988년생이고, 대니리와 싸이언은 1990년대 생이지만, 이들이 들려주고 지향하는 음악적 색깔은 1980년대 메탈에서 나왔다. 바로 이 지점은 젊은 세대들도 좋아하지만 특히 중년들이 이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80년대 메탈을 듣고 자라온 중년세대들에게 크랙샷의 음악은 당대의 여러 메탈 밴드들을 떠올리게 한다. 머틀리 크루나 건스 앤 로지스, 잉베이 맘스틴 같은 전설들이 그들이다. <슈퍼밴드2>에서 첫 무대에 불렀던 진주의 '난 괜찮아'에서는 건스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의 리프를 더해 당대의 분위기를 끄집어냈고, '팔로우 미'는 80년대 메탈을 지향하는 그들의 음악 스타일을 그대로 들려줘 듣는 이들을 점점 '크며들게' 만들었다. 머틀리 크루 같은 다소 과한 분장으로 건스 앤 로지스의 액셀 로즈가 하는 듯한 뱀춤, 마이크 스탠드를 휘두르는 빈센트의 퍼포먼스는 당대의 메탈에 대한 헌사처럼 다가온다.

'Oops! I did it again'을 재해석한 무대에서도 윌리K가 독주 부분에 무대 전면으로 뛰어나와 기타를 들어 올리며 연주하는 모습은 잉베이 맘스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북유럽의 신화적인 분위기를 웅장한 스타일의 기타 연주로 들려줬던 잉베이 맘스틴의 색채가 다소 고딕적인 연출과 더해져 이 무대의 독특한 감흥을 만들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80년대 메탈을 들었던 중년들에게는 크랙샷의 무대는 잊고 있었던 가슴 두근거림이 아닐 수 없다. 그 많던 음악 카페에서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볼륨으로 들으며 다 함께 헤드뱅잉을 했던 그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소환되는 것.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80년대 메탈을 커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당대의 음악적 분위기를 되살려내 현재로 소환하고 있는 것일 뿐. "촌스럽고 낡은 장르는 없다. 하기 나름이다. 그 증명을 이 팀이 해내고 있기 때문에 잘 하면 최고의 장르로 바뀔 수 있다." 유희열이 심사평에 가름해 한 이 상찬은 크랙샷이 해내고 있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려준다. 결국 중요한 현재다.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의 세대들까지 모두 열광하는 그런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번 <슈퍼밴드2>에서는 놀랍게도 젊은 세대들이 80년대 심지어 70년대 록의 한 부분을 재현해내는 무대가 적지 않았다. 크랙샷도 그렇지만, Racer-X(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으로 폴 길버트는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의 'Scarified'를 들려준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나, 헤비메탈 밴드 스키드 로우의 'Best yourself blind'를 폭발적인 기타 연주로 들려준 정나영양이 그렇다. 이렇게 헤비메탈의 맛을 살려내는 아티스트들의 등장은 <슈퍼밴드2>가 새로운 조합으로 들려주는 무대에 당대의 분위기들을 더해주는 효과를 낳았다.

어째서 BTS 같은 글로벌 K팝 아이돌이 등장하고 있는 현재, 그런 인기를 구가하는 K밴드는 나오지 않는 걸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 <슈퍼밴드2>는 그 자양분으로서 밴드 뮤직의 전성기 시절 록과 메탈을 소환해내고 있다. 젊어서는 늘 귀가 쩌렁쩌렁하게 듣고 다녔던 음악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아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던 그 음악들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크랙샷은 그래서 마치 <슈퍼밴드2>의 색깔을 드러내는 아이콘 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특히 중년들에게는 다시 메탈의 부활을 꿈꾸게 만드는 그런 존재로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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