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한 이커머스도 공범".. 머지포인트 피해자들, 탈퇴 움직임
피해자들 "이득만 챙기고 책임 회피, 불매할 것"
이커머스 "판매 결정 과정서 법적·도의적 책임 다해"
환불받을 머지포인트 잔액이 23만원 남은 위메프를 빼고 전부 회원 탈퇴했다. 적극적으로 머지포인트 구매를 유도한 이커머스도 사태에 대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A씨는 지난 22일 전자상거래 사이트(이커머스)인 11번가, 티몬, 롯데온, 스타일씨를 모두 회원 탈퇴했다. 그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를 인증하며 “머지포인트의 다른 판매처가 있다면 알려달라. 가입한 곳이면 탈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위메프마저 환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환불을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 사이에서 최근 ‘이커머스 탈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머지포인트를 구매할 때 이용한 이커머스는 물론, 머지포인트 판매처로 이용된 모든 이커머스를 불매하기 위해 줄줄이 탈퇴하고 이를 인증하는 식이다. 이들은 신뢰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한 것도 모자라 각종 판촉 행사를 열어 구매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커머스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머지플러스는 대형마트·편의점·카페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머지포인트를 각종 이커머스를 통해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돌연 편의점과 대형마트 포인트 결제를 중단해 ‘환불 대란’을 일으켰다.
경기도에 사는 장모(37)씨도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탈퇴했다. 장씨는 “두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머지포인트 중 100만원 정도가 남아 환불받으려 본사에 방문했으나 절반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티몬과 위메프는 머지포인트를 팔아 이득을 취해놓고 정작 환불 사태에 대해선 해결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고 했다. 장씨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던 다른 이커머스도 불매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머지플러스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머지포인트를 60만원 어치 샀지만 그 중 22만원을 환불받지 못한 이모(43)씨는 “비유하자면 머지포인트 사태는 물건을 샀는데 택배 박스만 온 격”이라며 “돈은 돈대로 받고 박스만 내놓은 머지포인트나, 그 거래 과정에서 수수료로 이득을 본 이커머스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업체들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문제가 공론화되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도 일부 이커머스는 끝까지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며 “피해 규모를 키우며 수수료를 챙겨놓고 ‘나 몰라라’ 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이커머스 중 머지포인트를 직접 판매한 곳은 티몬, 위메프, 롯데온, 11번가, 옥션, G마켓 등이다. 이들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코’ 등과 제휴해 머지포인트 연간 구독권을 팔면서 구독료를 일부 환급하고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 행사를 벌였다.
현재 각 이커머스는 머지포인트 상품을 판매 중단한 상태지만,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는 최근까지 월 평균 300억~400억원가량 거래됐다. 누적 발행 포인트는 1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판매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이커머스 측에 머지포인트 환불 의무를 지울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아마존 등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인 책임 소지를 강화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중개자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머지포인트와 같은 일종의 금융 상품을 판매한다면 금융 전문 상품기획자(MD)를 고용해 내부적으로 안정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측은 자신들이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되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엄밀히 따지면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파는 것”이라며 “이미 머지포인트 충전에 사용된 상품권에 대해서는 회사가 할 수 있는 게 없고, 미사용 상품권은 대부분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머지포인트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세 과학] 연금보다 나은 근육, 줄기세포 회춘으로 얻는다
- [단독] “구치소 CCTV 어디 있나”… 수용자 정보공개청구 6만건 넘었다
- [Why] 이란은 왜 유독 UAE만 집중 공격하나
- [스타트UP] X레이 방사선 피폭 90% 낮춘다…티인테크놀로지, 30兆 시장 도전
- 50시간 넘게 소포 6만개 분류… 휴머노이드도 ‘자율 교대근무’ 시작했다
- [코스피 8000] “삼전 팔아 아파트 산 거 후회”… 유주택자 잠 못 들게 하는 포모 증후군
- 인천공항 주차할 곳 없더라니…직원 사용 85% 적발되자 “국민께 사과”
- 보잉 CEO, 트럼프 순방 동행에도… 기대 이하 주문에 주가 하락
- [코스피 8000] 닛케이 버블 비웃는 ‘K-광속 질주’… 29만전자·190만닉스가 만들었다
- 트럼프 떠나고… ‘中우방’ 러시아·파키스탄 수장 중국 방문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