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대학로 아이돌' 스크린 찢다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8. 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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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김재범, 사진제공|NEW


‘대학로 아이돌’이 스크린을 찢었다. 영화 ‘인질’(감독 김지훈)서 냉혹한 납치단 리더 ‘최기완’을 연기한 배우 김재범이다.

“‘대학로 아이돌’은 아니고요. 하하. 그냥 무대를 오래한 배우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제게 굉장한 행운이고 영광이에요. 절 써줬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고요. 영화를 통해 조금 더 많은 이에게 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재범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인질’로 대선배 황정민과 연기 대결을 벌인 소감과 배우로서 앞으로 욕심, 자신만의 강점 등을 유쾌한 화법으로 털어놨다.


■황정민·김재범, 연출·배우로 만나 ‘인질’로 재회하기까지

그는 극 중 폭력·살인도 서슴지 않는 악랄한 범죄자로 분한다. 날카로운 눈빛과 카리스마로 황정민의 목을 점점 옥죈다.

“저조차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인물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사고를 치고 선택을 하지’ 싶었는데, 감독과 대화해보니 이건 5명의 빌런과 ‘황정민’의 싸움이더라고요. ‘최기완’과 4명의 인질범 사이 전사를 생각했고, 그 중 최기완은 리더로서 뱀처럼 교활하고 지능적인 카리스마가 있을 거로 파악했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1000대1 경쟁률의 오디션이었다. 그는 황정민의 추천으로 오디션장에 설 수 있었다.

‘인질’ 속 류경수와 김재범.


“황정민 선배가 연출 겸 주연이었던 뮤지컬 ‘오케피’를 함께 했어요. 당시에도 연출하면서 주연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데, 황 선배는 늘 아침 일찍 나왔고요. 대사를 맞춰보지 않아도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인질’ 오디션 참여를 추천해줬어요. 저란 후배를 누군지 잘 몰랐을 텐데도, 오디션 볼 기회를 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대단한 오디션 경쟁률을 뚫은 만큼 그의 연기력은 필름 위에 차지게 붙었다. 그는 감독과 황정민의 도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황정민 선배가 촬영 현장에서 너무 편하게 해줘 힘들지 않았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황 선배와 마지막 액션신을 찍을 때였는데요. 제가 1년에 한두번씩 허리에 근육통이 오는데 촬영 전날 그 느낌이 오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였어요. 새벽부터 CT 찍고 주사까지 맞으며 파스 덕지덕지 붙인 채 현장으로 갔는데요. 황 선배에게 맞는 장면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이 나와야 하는데 허리 때문에 잘 안 나와서 애를 먹었죠.”


■“개봉 한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 영화 봤다면 좋아하셨겠죠?”

2004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다. 무대 위에서 십수년 숨 쉬고 연기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 그가 영화에 도전한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언젠가 우연히 아버지가 지인에게 ‘내 아들이 공연에 나온다’고 자랑하는 걸 봤어요. 그 지인은 잘 모르는 공연이니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아버진 엄청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좀 더 사람들이 잘 아는 작품에 나왔다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인질’ 출연이 결정됐을 때 아버지가 정말 좋아했던 게 생각나네요.”

영화 개봉을 누구보다도 좋아했을 아버지지만 이젠 그의 옆에 없다. 지병을 앓았던 그의 아버지는 한달 전 안타깝게도 눈을 감았다.

“제가 스무살부터 학교 때문에 독립해서 살았는데요. 그래서 아버지에게 더 애틋함이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도 표현은 잘 못했지만 늘 ‘아무 걱정 말고 네 일만 잘 하라’라는 말을 해줬거든요. 그러다 아버지 폐가 갑자기 안 좋아졌고, 처음엔 건강해 보여 ‘역시 우리 아버진 씩씩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안 좋아졌어요. 개봉 소식을 알렸을 때 기뻐하시면서도 ‘내가 극장 가서 볼 수 있겠나’라고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너무 아팠기 때문에 ‘편히 쉬시겠구나. 보셨으면 좋아하셨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고심 끝에 세상으로 한 발 더 내디뎠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도 많다. 강점을 물어보니 당당하게 ‘얼굴’이라고 답했다.

“제 강점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이상하게 생겼고,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생겼고요. ‘인질’ 찍을 때 감독이 제 얼굴을 모니터링하다가 ‘어우 징그러워’라고 했는데, 여러 모습이 있는 거니까 기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하.”

앞으로 그려갈 청사진은 어떨까.

“참 어려운 꿈이지만, 평생 배우로 살고 싶어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싶고요. 대스타가 되는 것보단 길게 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또 주변 사람들에겐 인간적인 형, 동생, 친구가 되고 싶고요. 제가 낯을 가리고 표현을 잘 못해서 감정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데요. 주위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면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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