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날짜 바꾸려면?.. 백신 궁금증 어디서 풀지

배준용 기자 2021. 8.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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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는 "잘 모르겠다" 질병청 콜센터는 '통화중'.. 국민만 속터져

30대 예비 신부 A씨는 9월 11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 전에 백신 접종을 마치고 싶어 지난 5일 화이자 잔여 백신을 잡아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백신 2차 접종일(9월 2일)이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연기된 것. 그게 하필 신혼여행 기간이었다. A씨는 보건소에 접종 날짜를 다시 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새 날짜 역시 신혼여행 기간과 겹쳤다. 화이자 접종 간격은 현재 최대 6주. 어떻게든 결혼식 전에 맞으려던 계획은 무산됐고, 신혼여행 이후 접종받으면 6주를 넘긴다. A씨는 “6주를 넘기면 어떻게 되냐.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냐. 그럼 3번 맞는 셈인데 부작용이 없냐”고 캐물었지만 보건소에선 “모르겠다”면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질병관리청 콜센터에도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이런 문의는 처음이라 우리도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A씨는 직접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백신 접종 지침에서 “2차 접종을 기한 내에 맞지 못하면 최대한 빠른 날짜에 접종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찾았다. A씨는 이 내용을 보건소에 알려줬고 그제야 보건소는 신혼여행 이후로 2차 접종 날짜를 잡아줬다. A씨는 “공무원들이 있는 지침도 제대로 모르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백신과 관련한 의문이나 불안감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을 찾을 수 없다”는 불만이 자주 나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2차 접종 날짜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교차 접종은 어디에서 해결하냐” 등 문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런데 보건소 직원들은 해당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고, 질병청 콜센터는 문의가 폭주해 연결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질병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각종 예방 접종 관련 지침 문서가 올라와 있긴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시민들 불편을 사실상 방치하는 셈이다.

1차 접종 뒤 임신을 하거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도 당혹스럽다. 30대 여성 B씨는 “이달 초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2차 접종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이미 임신부에게 접종을 권고했지만 국내에선 “임신부는 아직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가 없어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임신부 접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1차 접종 후 임신 사실을 알았다면 2차 접종은 출산 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런 내용은 지침에 나와있지 않다. 담당 공무원들도 제대로 안내하거나 조치하지 못하기 일쑤다. 보건소 관계자는 “시민들이 물어보는 게 너무 다양해 제대로 답 못 할 때가 많다”면서 “모르면 물어서라도 알려줘야 하는데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몰라 우리도 답답하다”고 했다.

늘어나는 교차 접종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잔여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를 1차 접종받은 50대 C씨는 “50대 이하는 1차로 AZ 백신을 맞으면 2차는 교차 접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2차 백신을 화이자로 바꿔 교차 접종받을 수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보건소에선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사람은 화이자를 맞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의사의 증명이 필요하단 식이다. C씨는 “40대 이하는 동일 백신 접종과 교차 접종 모두 가능한데 50대 이상은 왜 의사 소견서를 받아오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본지가 직접 질병청에 물으니 “교차 접종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면서 “50대 이상은 AZ 백신 부작용 위험이 적기 때문에 건강 문제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교차 접종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지침에 나와 있지 않다. “교차 접종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가능하다”고만 써 있다. 이러니 현장에서 혼선과 불만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민들 편의를 위해 접종 지침 가이드라인을 되도록 자세히 업데이트하고, 현장에서 접수된 수많은 문의에 대한 답변을 수시로 정리해 보건소와 콜센터에 계속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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