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분란 사과, 윤석열은 '李 흔들기' 자제 촉구.. 급한 불 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 달 가까이 벌여온 집안싸움이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23일 대선 경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란에 대해 사과하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당 밖 인사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열려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서로 한 발 더 나갔다가는 공멸이라는 위기 의식 아래 갈등의 큰불을 잡고 전열 정비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와 내달 1일 시작되는 대선 경선이 임박한 상황을 양측 모두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과 당원께 진심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윤 전 총장 입당 후 경선 준비와 관련해 당내에서 분란이 불거진 데 대해 이 대표가 처음으로 사과 뜻을 밝힌 것이다. 최근 두 차례 최고위원 회의에서 연달아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등 윤 전 총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분간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최소화하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정홍원 전 총리를 선임하며 공정한 경선 관리 의지도 밝혔다. 이 대표는 애초 경선준비위원회를 이끌었던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경선준비위가 추진한 대선 주자 13인 봉사활동과 토론회를 두고 윤 전 총장 등 일부 주자 측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해 갈등을 빚었다. 봉사활동에 윤 전 총장 등 일부 주자가 불참했고 토론회도 결국 정견 발표회로 바뀌었다. 지난 20일에는 윤 전 총장 캠프가 이 대표를 밀어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 고조됐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원외(院外) 원로인 정 전 총리에게 선관위원장을 맡긴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를 중심으로 공정한 경선과 흥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 지도부는 뜻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사과 직후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지지자들의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윤 전 총장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집회를 계획한 ‘윤사모’는 윤 전 총장과 무관하게 활동하는 자발적 단체”라며 “당의 단합을 강조해 온 윤 전 총장의 뜻을 존중해 집회를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도 이 대표 사과와 선관위원장 인선을 화해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화답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인사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비판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은 “여러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심기일전해 이 대표에게 협력하고 원팀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겸허한 자세로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별도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25일 예정된 정견 발표회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발표회에서 주어진 7분 동안 부동산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청년 문제 등에 대해 그간 준비해온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캠프 안에서 당대표와 더는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계속되자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늘어나는 등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두 사람이 일단 한발씩 물러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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