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분란 사과, 윤석열은 '李 흔들기' 자제 촉구.. 급한 불 껐다

김승재 기자 2021. 8.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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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 달 가까이 벌여온 집안싸움이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23일 대선 경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란에 대해 사과하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당 밖 인사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열려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서로 한 발 더 나갔다가는 공멸이라는 위기 의식 아래 갈등의 큰불을 잡고 전열 정비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와 내달 1일 시작되는 대선 경선이 임박한 상황을 양측 모두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과 당원께 진심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윤 전 총장 입당 후 경선 준비와 관련해 당내에서 분란이 불거진 데 대해 이 대표가 처음으로 사과 뜻을 밝힌 것이다. 최근 두 차례 최고위원 회의에서 연달아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등 윤 전 총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당분간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최소화하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탈당 오제세, 국민의힘 입당 - 오제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휴대전화로 온라인 입당 신청을 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정권 교체는 국민 모두의 열망이고 필연”이라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이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정홍원 전 총리를 선임하며 공정한 경선 관리 의지도 밝혔다. 이 대표는 애초 경선준비위원회를 이끌었던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경선준비위가 추진한 대선 주자 13인 봉사활동과 토론회를 두고 윤 전 총장 등 일부 주자 측이 공정성 시비를 제기해 갈등을 빚었다. 봉사활동에 윤 전 총장 등 일부 주자가 불참했고 토론회도 결국 정견 발표회로 바뀌었다. 지난 20일에는 윤 전 총장 캠프가 이 대표를 밀어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 고조됐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원외(院外) 원로인 정 전 총리에게 선관위원장을 맡긴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를 중심으로 공정한 경선과 흥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 지도부는 뜻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사과 직후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지지자들의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윤 전 총장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집회를 계획한 ‘윤사모’는 윤 전 총장과 무관하게 활동하는 자발적 단체”라며 “당의 단합을 강조해 온 윤 전 총장의 뜻을 존중해 집회를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도 이 대표 사과와 선관위원장 인선을 화해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화답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인사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동시에 비판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은 “여러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심기일전해 이 대표에게 협력하고 원팀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겸허한 자세로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별도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그는 25일 예정된 정견 발표회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발표회에서 주어진 7분 동안 부동산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청년 문제 등에 대해 그간 준비해온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캠프 안에서 당대표와 더는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계속되자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늘어나는 등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두 사람이 일단 한발씩 물러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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